쓰러진 객실승무원… "단순한 건강 문제? 구조적 산업재해"
공공운수노조 등 객실승무원 노동실태 고발 충분한 휴게시간·공간 보장 등 요구
[뉴스클레임]
최근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이 장거리 비행 중 스낵 서비스를 마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해당 사고가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산업재해라고 규정하며, 정부와 항공사의 책임을 물었다.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등은 10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객실 승무원이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는 탄탄한 구조 위에서만 비행기와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이 든든하게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대한항공 KE074편에서 발생했다. 해당 승무원은 14시간 30분의 장거리 비행 도중 스낵 서비스를 마친 후 기내에서 쓰러졌다. 기내에는 의료진이 없어 동료 승무원들이 응급조치를 시행했고, 비행기 착륙 직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공공운수노조 등은 "명백한 업무 중 산재사고임에도 불구하고 항공사와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한 대책 논의는커녕, 방임하며 오히려 단순 개인 건강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대한항공은 일부 장거리 노선에서 시범적으로 기내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에 따르면 기존에 ‘식사→간식→식사’로 진행되던 순서를 ‘식사→식사→간식’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코피를 흘렸다'는 개식 승무원들의 증언이 있을 정도로 승무원의 업무 가중이 심각해졌다.
이들은 "객실 승무원들이 가중된 노동으로 누적된 고통으로 쓰러져 가고 있는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안전 책임을 운운하는 것은 파도 앞에 모래성을 쌓는 일과 같다"고 호소했다.
이어 "건강을 잃는 서비스를 강요하는 산업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며 ▲비행시간 기준을 유럽 수준으로 하향 조정 ▲충분한 휴게시간과 공간을 보장 ▲서비스 증가에 따른 인력 충원 ▲근무 조건 변경 시 노조와 협의할 것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구조 개선 대책을 논의 등 다섯 가지 개선 요구안을 제시했다.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변희영은 "이런 산재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사와 국토부는 정확한 진상을 조사 또는 조치는커녕 오히려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침묵 또는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지금 당장 장시간 노동에 대한 실태를 확인하고, 현장에 철저한 감독을 하는 등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동자의 적정한 노동시간의 보장과 충분한 휴식이 보장될 때, 여객들의 안전한 여행과 서비스가 보장된다는 단순한 이치를 기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