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칼럼] 문화는 산업? 교육은 인적자원? 예술은 기술?

2025-07-13     박상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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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정치를 하게 되면 무엇보다 이름을 바로 잡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정명(正名). 공자의 언명(言明)이 아니더라도 겉으로 부르는 이름과 내면이 같아야 안과 밖이 들어맞는, ‘명실상부’를 이룬다.

이름을 바로잡는 일은 정치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사회 다른 영역에서도 이름과 속내가 일치하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적지 않다.

나는 이미 나의 주업인 문학에서 이름을 바로잡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수필과 에세이를 나누는 일이다. 둘 다 산문의 영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간 두루뭉술하게 ‘산문’이니 ‘수상’이니 ‘에세이’니 ‘수필’이니 ‘중수필(에세이)’이니 ‘경수필(미셀러니)’이니 하며 부르고 쓰는 데에 아무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새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장관이 있는 각 부서의 이름을 생각해 본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의 명칭이 가당한가? 물론 큰 이름 아래에 각 부서가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큰 이름이 또렷하지 않기에 장관으로 엉뚱한 사람을 민다.

문화가 관광만의 영역일까? 아님 체육만의 영역일까? ‘문화’라는 말을 아무 데나 함부로 쓰지 말자. 문학을 비롯한 각종 예술은 ‘예술부’라는 조직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까? 문화를 산업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문화산업’이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쓰던데, 문학 분야 노벨상을 탔다고, 누구누구 화가의 그림이 수억 나갔다고 이젠 예술도 산업의 영역일까?

교육은 나라의 ‘백년지대계’라 하는데 지금 장관 후보로 언급되는 사람의 그간 행적을 보면 쓴 웃음이... 지금은 ‘교육부’라 하지만 예전엔 ‘교육인적자원부’였다. 산업사회의 기능인을 길러내는 곳이어야 해서 인적자원이었을까? 그 전엔 ‘문교부(文敎部)라 하면서 문화와 교육을 총괄한다고 한 거보단 발전했다고 봐야 하는지... 문교부는 교육, 예술, 기술, 체육 등을 망라하는 기관이었다.

’여성가족부‘는 어떤가? 여성가족부의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장관 후보일까? 왜 ‘여성’이고 ‘가족’일까? 왜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의 행적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