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전통시장 들썩, 대형마트 '울상'… 민생회복소비쿠폰 자영업 살리기 효과는?

21일 9시부터 신청 시작… 전 국민 대상 1인당 최대 55만원 지급, 11월 말까지 사용 가능

2025-07-21     차현정 기자
대형마트 매대 전경.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21일 오전 9시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시작됐다. 소득 수준에 따라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5만원까지 차등 지급되는 이번 정책에 자영업자들은 기대감을, 대형 유통업체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청 방법과 지급 규모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차와 2차로 나뉘어 지급된다. 1차로는 전 국민에게 기본 15만원이 지급되며,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비수도권(서울·경기·인천 제외) 거주자는 3만원, 농어촌 인구감소지역(84개 시군) 거주자는 5만원이 추가된다.

2차 지급에서는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의 90%가 추가로 10만원을 더 받을 수 있어 최대 55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청은 오는 9월 12일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는 각 카드사 홈페이지나 앱, 지역사랑상품권 앱에서, 오프라인으로는 제휴 은행 영업점이나 주민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가뭄의 단비" 편의점가 환영

경기도 의정부에서 20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2)는 "올해 들어 매출이 계속 줄어 걱정이 많았는데, 소비쿠폰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대형마트에서 쓸 수 없다고 하니 우리 같은 동네 가게에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는 올해 12년 만에 첫 역성장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고, 4~5월에도 각각 0.6%, 0.2% 줄었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소비쿠폰 특수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GS25는 카드사 연계 할인 프로모션과 생필품 기획전을, CU는 주류·음료·아이스크림 등 하절기 상품 중심의 할인 행사를 계획했다.

사용처 제한으로 명암 갈려

소비쿠폰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통시장, 동네마트, 식당, 미용실, 약국, 학원 등이 대표적인 사용처다. 편의점, 빵집, 카페, 치킨집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반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스타벅스처럼 직영점으로 운영되는 매장도 제외된다.

서울 강서구에서 전통시장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58)는 "코로나 때 재난지원금 덕분에 매출이 늘었던 기억이 있다"며 "이번에도 손님들이 많이 와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직격탄'

반면 대형 유통업체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 1차 재난지원금 당시 홈플러스는 월 매출이 15~20% 감소했던 경험이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소비쿠폰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사용 가능한 매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식료품 구매가 편의점이나 동네마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자영업 살리기 효과, 전문가들은 "제한적"

정부는 이번 소비쿠폰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해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102로 4년 만에 처음 기준치 100을 넘어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소비쿠폰 지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14~0.3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효과의 지속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0년 1차 재난지원금의 신규 소비 유발 효과는 26.2~36.1% 수준에 그쳤다. 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기존 계획했던 소비를 대체하는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김지희 KAIST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2020년 경기도 재난지원금 지급 후 소상공인 매출이 4.5% 증가했지만, 사용 기한이 다가오면서 증가세가 감소했다.

물가 상승 우려도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12조원 규모의 현금성 지원이 시장에 투입되면서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며 "정부의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1월 말까지 사용, 잔액은 국고 환수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올해 11월 30일까지 사용해야 하며, 사용하지 않은 잔액은 환불되지 않고 국고로 환수된다. 사용 지역도 주소지로 제한되어 있어, 서울 거주자는 서울에서만, 경기도 거주자는 경기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신청 첫 주인 21일부터 25일까지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요일제가 적용된다. 끝자리가 1·6인 사람은 수요일, 2·7은 목요일, 3·8은 금요일, 4·9는 월요일, 0·5는 화요일에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에 전용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며, 스미싱 등 보이스피싱 주의를 당부했다. 정부와 카드사는 소비쿠폰 관련해 URL이나 링크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일체 발송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