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없는 아이스크림 안전한가?(알쏭달쏭 소비생활)
-김동환의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 연합이 전체 시장 점유율 42% 내외로 1위, 롯데웰푸드가 약 40% 근소한 차이 -웰빙 트렌드 확산, 소비자들 저당 아이스크림 선호현상 -아이스크림 구매시 성분표시 및 제조일자 등 확인해야
[뉴스클레임]
폭염과 함께 절정을 맞는 여름 아이스크림 시장. 하지만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자세히 살펴본 소비자라면 한 번쯤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왜 유통기한이 없을까?' 유통기한 없는데 먹어도 될까? 내 몸에 문제 없겠지? 안전하겠지? 불안감 속에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지만, 찝찝함은 여전하다.
1조95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고 소비할 수 있도록 <뉴스클레임> 슬기로운 소비생활에서 시중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궁금증을 살펴봤다.
■영하 18도의 '마법'과 그 한계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에 와서 포장지를 보니 제조일이 1년 4개월 전이더라고요. 유통기한이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오래된 제품을 보니 찜찜했어요."
직장인 김모씨(35)의 경험담은 많은 소비자들이 공감하는 상황이다. 아이스크림은 살균처리 공정을 거친 후 냉동상태로 보관·유통되므로 이 조건에서는 세균 증식이 어려워 현재 제조일자만 표시하고 있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설명한다. 영하 18도 이하의 냉동 상태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제품의 변질이나 오염이 적다는 것이 과학적 근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완전히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아이스크림은 유통·보관 과정에서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고, 장기간 보관 시엔 아이스크림 속 지방이 산패하는 등 품질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리스테리아균은 다른 식중독균과 달리 영하 18도 이하에서도 생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감염되면 발열, 설사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할 경우 뇌염, 유산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국회의원(해남·완도·진도)이 2022년 8월 22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이스크림과 식용얼음의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입법이 되지 않은 데 이어, 2022년에도 발의됐으나 아직 입법화되지 않고 있다.
■1조9500억 시장의 0.01% 차이 경쟁
2025년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1조9500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집콕' 생활이 아이스크림 소비 증가로 이어진 결과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그야말로 '초박빙'이다.
2023년 국내 빙과 시장 점유율(소매점 매출 기준)은 롯데웰푸드가 39.86%,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은 39.85%였다. 불과 0.01%포인트 차이다. 2024년 상반기 아이스크림 제조사 점유율 순위는 빙그레(27.6%)와 해태아이스크림(14.1%) 연합이 41.7%로 1위, 롯데웰푸드(39.9%)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는 최신 데이터로 봐도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2024년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저당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 '라라스윗'의 약진이다. 2024년 편의점 CU에서 라라스윗 저당 초코바는 올해 초부터 아이스크림 단품 매출 1위와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라라스윗의 누적 판매량은 440만개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 2년간의 누적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2017년 설립된 신생 업체가 불과 몇 년 만에 전통 강자들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한 결과다.
실제로 2024년 아이스크림 매출액 순위를 보면 롯데웰푸드 월드콘 790억9000만원, 김동환 사장이 이끄는 빙그레 붕어싸만코 790억5700만원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겐다즈가 685억1400만원으로 3위, 메로나가 596억1200만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편의점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월드콘(바닐라, 170ml)이었고, 뒤를 이어 메로나, 떡붕어싸만코, 부라보 바닐라가 차지했다. 반면 대형마트에서는 프리미엄 '하겐다즈'가 판매 1위로 채널별 소비패턴이 다름을 보여준다.
제품 형태별로는 먹기 편한 바 형태 제품이 전체 판매 중 28%를 차지해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콘 형태(19%), 컵/모나카(17%), 홈(10%), 펜슬(7%) 순이었다.
■건강 vs 맛, 그리고 무인매장의 사각지대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건강 트렌드의 확산이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에는 100g 당 139칼로리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3.98g의 지방과 2.38g의 단백질, 그리고 23.5g의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276kcal로 열량이 높고 당류도 23g, 포화지방도 10g으로 저칼로리 아이스크림보다 칼로리는 4배, 당류는 6배, 포화지방도 5배 정도 높다.
라라스윗의 대표 제품인 저당 초콜릿바(90ml)는 개당 155kcal로 유사 상품 대비 칼로리는 절반으로, 당류는 90% 이상 낮춘 것이 특징이다. 최근 저당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데, 아이스크림 카테고리에서도 저당제품 매출 비중이 2%를 차지했다. 이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시장 성장 이면에는 관리 사각지대 문제가 존재한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등 일부 소매점에서 소비기한 경과제품을 보관·판매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편의점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급성장했지만, 관리 소홀로 인한 위생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권장소비자가격이 없어 똑같은 빙과 제품도 동네 슈퍼와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대형유통점 등 유통환경에 따라 가격이 600원에서 1200원까지 다양하게 팔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도 크다.
■K-아이스크림의 해외 진출과 시장 전망
이런 국내 시장의 성장과 함께 K-아이스크림의 해외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1분기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분기(1857만달러)보다 19.5% 성장한 2219만달러로 나타났다. 연간 규모로 보면 2023년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7242만달러로 전년보다 19.4% 늘어났다.
2024년 상반기 롯데웰푸드의 빙과 수출액은 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8% 늘었고, 같은 기간 김동환 사장의 빙그레의 수출액은 775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김동환 사장의 빙그레는 간판 제품인 메로나를 앞세워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멜론 맛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데 해외에서는 딸기, 망고, 코코넛 등 현지인이 선호하는 맛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2024년 4월 매출 기준, 롯데웰푸드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26%나 증가했다는 데이터가 보여주듯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저당, 저칼로리 제품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아이스크림 소비상식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안전한 아이스크림을 선택해야 할까. 우선 제조일자 확인이 필수다. 빙과업계에서도 제조일로부터 1년까지를 권장하고 있다. 성에가 끼어있는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유통과정에서 녹았다 다시 언 과정이 반복되면서 세균 증식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조일자가 오래된 제품, 포장이 뜯겨져 있거나 바람이 빠진 상태, 성에가 껴 있거나 모양이 변형된 제품도 주의해야 한다.
아이스크림의 1회 제공량은 보통 1/2컵 또는 약 66g으로 간주된다. 일반적인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약 137kcal를 함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적절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