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④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방·유통 투명성, 현실과 도전

은밀한 거래 고리 끊기 위한 해외사례·국내 규제 동향과 과제 집중 점검

2025-07-30     손혜경 기자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뉴스클레임 연속기획. 사진=뉴스클레임 DB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가 의료 현장과 유통 구조에 깊게 뿌리내리면서, 처방과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번 편에서는 해외 주요 정책 사례와 국내 현황, 그리고 이를 둘러싼 현실적 도전과 전문가 제안을 중심으로 현장의 목소리와 디테일을 담아 분석한다.

1. 해외 투명성 강화 정책과 시사점

미국은 2010년 ‘선샤인 액트’(Physician Payments Sunshine Act)를 도입해 제약사와 의료기관 간 거래를 전면 공개하고 있다. 제약사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 즉 현금·물품·교육·여행 지원 내역 등을 정부 사이트에 등록하게 함으로써 불법 리베이트를 예방하는 강력한 투명성 제도다. 이로 인해 미국 내 불법 리베이트 의심 건이 감소하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윤리 인식이 제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제약사 투명성 보고를 의무화하며, 일부는 고강도 감사·처벌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양방향 의무공개’를 통해 의료인과 제약사 모두 감시 대상에 포함하면서, 내부 고발자 보호와 함께 투명성 강화가 양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2. 국내 현황과 제도적 시도

한국에서도 2025년 현재 의료인과 제약사 간 경제적 거래내역 보고가 진행 중이나, 공개 의무화 범위가 제한적이고 자료 공개 접근성도 낮아 미흡한 편이다. 이에 국회는 의료계와 제약업계 간 거래내역 실명 공개와 전면 공개제를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여러 차례 발의했지만 이해관계 갈등과 조율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부 의약품·의료기기 관련 비용 보고를 받아 관리하지만, 민간 유통과 처방 실적에 대한 통합적 감시망은 구축되지 않아 투명성 확보에 한계가 크다.

3. 현장 목소리: 투명성 강화가 가져올 변화 기대와 우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제약사 영업 책임자는 “투명성 강화는 장기적으로 업계 신뢰를 높이겠지만 단기간엔 경쟁력 약화와 영업 위축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 제약사와 영세 도매상은 비용 부담과 절차 복잡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 상급 종합병원 의사는 “환자 치료에 영향 없는 적절한 행사는 이해하지만, 윤리 경계선을 명확히 하는 기준과 기관별 가이드라인 마련이 급하다”며 “투명성 제도가 일률적이면 현장 혼란과 반발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시민단체 관계자는 “투명성 강화 없이는 리베이트 근절은 불가능하다”면서 “내부고발과 제보자 보호 제도 확대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 과제와 향후 방향

▶법적·제도적 보완: 의료인·제약사 거래내역 공개 범위 확대 및 접근성 개선, 실명 공개 의무화 추진

▶디지털 감시 시스템 구축: 빅데이터 기반 처방 및 유통 패턴 분석 강화, 이상 징후 자동 탐지 체계 도입

▶지원과 유인 제공: 중소기업·소규모 약국 대상 행정·기술 지원을 늘려 투명성 제고 장벽 해소

▶내부고발 활성화 및 보호 강화: 신고자 인센티브와 신변 보호 제도를 실질적으로 강화

▶객관적 가이드라인 마련: 의료기관과 제약사 대상 윤리적 거래 표준 운영 및 교육

복수의 의약품 유통 분야 전문가들은 “투명성 강화 정책은 단순 공개 차원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구조개혁과 맞물려야 실효성을 발휘한다”며 “한국 형 특성을 고려한 ‘현장 맞춤형’ 제도 설계와 입체적 접근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