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파란의 돌직구] 일만 터지면 부르는 '여성단체들 뭐 하느냐' 타령

아직도 박원순 사건을 '페미'들의 조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2025-07-28     김파란 편집위원
박원순은 무고하게 난폭한 '페미'들에 당한 것인가? 

[뉴스클레임]

이 사회에 만연한 노동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또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묵인과 방조는 뒤로 하고 일만 터지면, 한쪽에서는"여성가족부 혹은 여성단체들은 뭐 했느냐, 이런  성폭력도 막지 못하는 여성부 폐지해라..", 고 야단이다..또 한쪽에서는민주당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시끄럽게 떠드는 페미들은 왜 장제원 사건에서는 침묵하나...고 난리다.

여성가족부나 여성단체들의 정책이나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비판은 마땅히 나올 수 있다. 

허나 저런  반응이야말로 평등이 뭔지도 모르는 헛똑똑이들이고, 입으로만 남녀평등을 외치는 냉소적 사람들인 것이다. 

예컨대 과연 박원순은 무고하게 난폭한 '페미'들에 당한 것인가? 

말은 바로 하자. 박원순의 성추행 사건이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온 것은 박원순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상징 자본으로 삼아온 이력 때문이었다.

박원순이 변호사 시절 승소를 이끈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은 교수가 조교를 지도하면서 뒤에서 껴안 듯이 포옹한 사건이었다. 박원순을 옹호한 사람들의 논리라면 너무 가벼운 일 아닌가? 그런데 그 별거 아닌 사건이 1993년, 벌써 30년 전 일이고, 이것을 직장내 성희롱 사건으로 승소를 이끌어서 이름을 알린 것이 박원순이었다. 

근데 정작 박원순 성추행 사건은 한 여성 노동자가 직장내에서 4년간 성희롱이 지속되어 피해자가 줄곧 고통을 호소했으나 서울시 조직 내에서 철저히 무시됐었던 사건이다. 여성 노동자로서 한두 번의 성희롱을 겪고도 깊은 내상을 입는데 그 피해자는 4년간 그 고통을 겪었다. 

나는 되려 이 사회에 묻고 싶다.

과연 그 여성단체들이 뭘 하는지, 아니 여성들이 어떤 환경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지 보려고 했는지 물고 싶다.

이 사회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것이면서도 이 표현의 대상이 '남성'이라면서 이를 '남성혐오'라고 명명했다. 그래서 남성도 여성도 서로를 혐오하는 것이 문제라는 '이성혐오'가 구성된 것이다.  이 갈등을 '혐오' 표현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하면서 구조적 문제나 성차별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더 나쁜 표현, 더 극단적인 행위(물론 더 나쁘다는 것은 기존 남성 중심의 언어 질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를 하는 한국 페미니즘은 다 정신병이고 그러니 틀렸다는 프레임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 결과로 여성가족부도 다 필요없고 시끄럽기만 하는 여성 단체들도 다 필요없다. 법이 있는데 평등하게 법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 라는 반응을 유도했다. 그 결과로 구조적 성차별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불법촬영의 문제는 엽기적 화젯거리로 소비되기도 하고,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성폭력과 권력 구조에 대한 폭로는 개인 대 개인의 문제이자 윤리의 문제로 재구성 되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재판에 자신의 부인을 재판에 세우는 것은 정말 우리 사회가 여성의 구조적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저열하고 남성 중심적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그리고 장자연 사건을 들추면서 그때 '여성단체나 여성가족부'는 뭐했냐며 꾸짖는 남성들 정말 야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활동가의 말대로 남성들이 몰카로 찍은 여성들의 성범죄 촬영물을 보고 있을 때 여성 단체들이 장자연 사건을 밝힐려고 얼마나 오래 지금도 노력했는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왜 진보적 인사들만 미투의 희생이 되어냐 하냐, 국힘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를 좀 공격해라,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말은 너무 저열하다. 여성들 인권의 가장 최악의 성폭력 앞에서도 이따위 망발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진보일 수 있겠는가!

성평등과 여성 인권의 문제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성폭력에 대한 여성들의 폭로를 단순하게 남성들의 '여자' 문제, 사생활 문제로 만드는 모든 언론과 남성 기득권의 인식에 여성과 남성은 같이 연대해서 이것이 권력의 문제임을 밝혀야 한다.

이 실천에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들이 집회, 성명서 발표, 입법청원, 공청회 개최, 공정 수사, 재수사 촉구 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