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현장, 다른 퇴근 시간"… 이주노동자 '차별'이 만든 참사

구미 아파트 건설현장 이주노동자, 숨진 채 발견 노동계 "구조적 차별 등이 빚어낸 사회적 타살" 폭염기 이주노동자 보호 위한 대책 마련 등 요구

2025-08-04     박명규 기자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 및 부상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도 차별없이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녹색당

[뉴스클레임]

지난달 7일, 경북 구미시의 한 공사장에서 20대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가 앉아 있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고인의 체온은 40도를 넘어섰고, 그날 구미의 한낮 최고 기온은 37도~38도에 이르렀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해당 작업 공사 현장에 대해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여전히 해마다 여름이면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 및 부상 소식이 이어진다. 최근 들어 여름 기온이 점점 상승하는 데에는 기후 위기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이 단순히 ‘날씨가 너무 더워서’가 아니라, 결국 뙤약볕 속에서 반드시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 현장의 구조가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극한의 폭염에서 작업하다 변을 당한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같은 노동 현장에 있으면서도 이주노동자만 안전장치에서 배제되는 차별 구조'에도 있다.

해당 건설 현장은 평소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근무하지만, 혹서기에는 사업주와 단체 협약을 통해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단축근무를 시행했다. 그러나 내국인 노동자에게만 적용된 ‘혹서기 근무시간 단축 합의’가 이주노동자에게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사고 당일, 내국인 노동자들은 오후 1시에 퇴근했지만, 이주노동자들로만 구성된 팀은 오후 4시까지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이용해 이주노동자들이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는 "폭염, 고소작업, 밀폐공간, 야간노동 등 노동의 가장 열악한 조건은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의 몫이다. 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휴식도, 언어적 제도적 보호장치도 없다"고 짚었다.

특히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정부의 무책임이 빚어낸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국가의 방치가 부른 참사"라고 규탄했다.

연대회의는 "폭염은 예측 가능하고 예방이 가능하지만 정부가 외면하는 사이 노동자들은 또 죽는다. 왜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의 생명은 이토록 쉽게 버려지는가"라며 산업안전보건 규칙 개정 즉각 시행 ▲규제완화 권고 철회(규제개혁위) ▲이주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폭염기 이주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현장 곳곳에는 여전히 위법적인 숙식비 공제, 이면합의, 가혹한 노동강도, 위험한 노동조건, 임금체불이 만연하다"며 "‘이주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이 땅에서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존재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는 처절한 목소리에, ‘사회대개혁’을 약속하며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반드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노동자이고 사람이다. 노동자로서 모든 권리 실현하면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일할수 있는 권리 있는 노동자"라며 "모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차별없이 보장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