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현장 이야기] ①종사자 29.5% "의료사고 위협 자주 느껴"

보건의료노조 정기 실태조사 보건의료 종사자 중 83.9% "의사 부족" 진료지원담당 업무 증가 크게 느껴

2025-08-04     김동길 기자
보건의료 종사자 10명 중 3명은 의료사고의 위협을 자주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월 6일부터 24일까지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에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 조직되어 있는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민간중소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정신·재활·요양기관 등 200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4만4903명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참가했다. 실태조사 내용은 임금현황, 노동조건, 조직운영, 폭언·폭행·성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 노동안전보건, 의사 인력현황, 진료지원업무 인력 현황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현장과 노동 현장, 노동자들의 최소한 요구 등을 살펴보고 정리해보았다.

보건의료 종사자 10명 중 3명은 의료사고의 위협을 자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 종사자의 대다수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설문에 참여한 보건의료 종사자 중 83.9%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매우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0.3%에 달했다. 이는 의정갈등 전인 2023년에 비해 14.9%p나 증가한 수치다.

설문에 참여한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의사 부족으로 인해 병원·기관 운영상에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질문에 91.3%는 “의사업무가 간호사 등 진료지원인력에게 더 많이 전가된다”고 말했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하는 문제로도 해당 응답이 34.6%로 가장 높았다. 

의사 부족으로 인한 자신의 업무의 문제점으로는 “의사 대신 항의와 불만을 듣는다”가 49.2%로 가장 많았다. 의사대신 업무로 업무가 늘어났다는 응답은 39.2%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의사인력 부족이 다른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업무가 전가되거나, 업무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사를 대신한 처방 행위는 법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의사 부족으로 인한 자신의 문제점 중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 ‘의사 대신 면담으로 항의받음’(16.8%)를 말했다. 이 외에도 ‘의사를 대신해 처방’(13.7%), ‘의사 업무를 대신하느라 업무라 늘어남’(11.4%) 등을 언급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자신의 원래 업무도 병행해야 하는 이중 부담으로 인한 업무량 증가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부담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직무 만족도 저하, 업무 과중, 조직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간호사 응답자 중 진료지원업무(PA) 담당은 14.4%였는데, 전체의 5.5%는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진료지원 업무를 맡게 됐다고 했다.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전체 보건의료 인력 중 43.9%는 관련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교육받은 이들 중에서도 40.4%는 8시간 이하만 받았다고 말했다. 교육을 이수받은 경우에도 내 자체 교육만 받았다는 응답이 76.3%로 가장 많았다. 원내교육과 간호협회 교육을 모두 받은 비율은 12.3%에 불과했다.

또한 보건의료조 종사자 중 응답자의 53.8%가 2024년 2월 의정갈등 이후 내가 수행할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직군별로는 간호직의 64.7%, 약무직의 52.9%가 의정갈등 이후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공의 사태 이전부터 진료지원업무를 담당했던 보건의료 종사자는 의정갈등 이후 업무량 증가에 대해 34.1%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긍정 응답은 70.5%에 달했다. 반면 진료지원업무 비담당의 의정갈등 이후 업무량 증가 문항의 “매우 그렇다”는 18.3%뿐이었다. 

아울러 보건의료 종사자 응답자 중 “나의 권한과 책임을 벗어난 타 직종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45.4%에 달했다. 간호직은 55.9%로 타 직군보다 높았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공백이 지속된다면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도 치명적인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공백의 원인인 의정갈등의 조속한 해결과 업무범위 명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