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어지럼증에도 쉼 없이"… 폭염 속 배달라이더 '현실'
라이더 90.2% "폭염 속 두통·어지러움 등 온열질환 증상 느낀 적 있어" 17.4% "증상 느끼고도 계속 일해"
[뉴스클레임]
전국적으로 33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배달라이더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다시 한 번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라이더들은 찜통 더위 속에서도 배달을 멈출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라이더 10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3.3%가 폭염에도 일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90.2%는 폭염에 일할 때 두통·어지러움·근육경련과 같은 온열질환 증상을 느낀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17.4%는 증상을 느끼고도 계속 일했고, 62%는 잠시 휴식한 후 근무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폭염 등이 단순 불편을 넘어 건강 및 생명에 위협이 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업무에 복귀하거나 증상을 참고 계속 일하고 있었던 것.
배달라이더 김민수(가명)씨는 "헬멧을 벗으면 땀이 쏟아진다. 물을 마시고 그늘에서 숨을 돌려봐도 금세 다시 더워지고 심할 때는 어지럽다. 하지만 수입이 줄어드는 게 두려워 어려워도 계속 운행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폭염 속 무리하게 배달을 하다가 시야가 흐릿해지고 심하게 두근거림과 메스꺼움을 느꼈다는 박근식(가명)씨는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린 탓에 속이 울렁거려 밥도 거의 먹지 못했다. 잠시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으나 증상이 곧바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근처 약국에서 약을 구매해 복용했지만, 남아있는 배달건 때문에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탔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후에도 울렁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려 결국 하루를 쉬어야 했다"고 했다.
이정우(가명)씨는 평소보다 입맛이 없고, 물을 계속 마셔도 입안이 계속 마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 번은 배달 중 갑자기 빛이 번쩍거리며 눈앞이 어두워져 걸음을 멈춰야 했다. 억지로라도 밥을 먹고 영양제도 챙겨 먹었지만, 몸 상태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3일 이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기본적인 휴식과 쉴 공간의 부족함도 심각한 어려움으로 꼽히고 있다.
라이더 이지황(가명)씨는 "배달 중간마다 휴대용 물병으로 수분을 보충하지만, 제대로 된 휴게 공간을 찾기 힘들다. 도로 한 켠이나 공원 등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열을 식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처럼 폭염 속에서 도로를 달리는 라이더들은 단순히 '더운 날씨', '폭염'이 아니라 일상적 건강 위협과, 생계 압박 등에서 계속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