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현장 이야기] ④열악한 근무조건에 공짜노동의 씁쓸함
식사 시간 30분 미만 64.9% 보건의료 노동자 3명 중 2명 "3개월 사이 이직 고민"
[뉴스클레임]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월 6일부터 24일까지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에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 조직되어 있는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민간중소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정신·재활·요양기관 등 200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4만4903명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참가했다. 실태조사 내용은 임금현황, 노동조건, 조직운영, 폭언·폭행·성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 노동안전보건, 의사 인력현황, 진료지원업무 인력 현황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현장과 노동 현장, 노동자들의 최소한 요구 등을 살펴보고 정리해보았다.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공짜' 뒤에 '노동'이 붙으면 말이 달라진다. ‘공짜 노동’은 곧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의료 노동자 3명 중 1명은 연장근무에 대해 '공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2명은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을 모두 받지 못했다.
특히 간호조무직(40.6%)과 간호직(37.7%)이 전체 보건의료 노동자보다 ‘공짜 노동’의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 중 54.4%는 최근 3개월간 하루 평균 30분 이상의 연장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10명 중 4명 이상은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지 못했다.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 경우는 44.5%에 달한 것. 미사용 연차를 전혀 보상받지 못한다는 비율도 10.5%로 나타났다. 34.2%는 미사용 연차를 전혀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를 포함해 일부만 돈으로 보상받거나 다음 해에 휴가로 적치되는 등 미사용 연차휴가를 온전히 금전적으로 보상받지 못했다.
또한 3교대 근무자는 ‘공짜 노동’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교대 근무자 10명 중 4명(40.4%)은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는 통상근무자(24.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을 모두 받지 못하는 비율도 3교대 근무자는 78.6%에 달했다. 이 역시 통상근무자(50.7%)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근 3개월 사이 이직을 고민한 경험이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는 3명 중 2명 꼴이었다. 이직을 고려한 이유로는 열악한 근무조건, 노동강도(1순위 43.0%, 2순위 29.0%)가 가장 많았다.
실제 보건의료 노동자의 직장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인력 수준에 대한 만족도는 28.8%로 모든 조사 지표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인력 수준 다음으로는 임금 수준(35.7%), 노동강도(39.7%) 순으로 만족도가 낮았다.
보건의료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조건은 다양한 영역에서 확인됐다. 법적으로 8시간 근무 시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이 보장돼야 하나, 50분 미만인 경우는 82.9%에 달헸다. 30분 미만은 64.9%였다. 식사 시간이 10분 미만인 경우는 23.9%로 나타났다.
심지어 보건의료 노동자의 49.8%은 한 주에 1번 이상 식사를 걸렀고, 9.2%는 매일(5일 이상) 식사를 거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보건의료 노동자가 충분한 식사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3교대 노동자의 경우 다른 근무형태보다 더 많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교대 근무자의 지난 3개월 동안 이직을 고려한 비율은 71.0%였다. 3교대 근무자는 현재 직장생활에 있어 인력수준에 대해 75.5%가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3교대 근무조의 인력이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강도가 강해질수록 이직에 대한 고려 강도도 높아졌다.
3교대 근무조 인력이 전혀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3교대 근무자는 86.1%가 이직을 생각해 본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교대 근무조 인력이 매우 적정하다고 응답한 3교대 근무자는 46.6%만 이직을 생각해 본 것으로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3교대 근무자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인해 공짜노동과 휴가 사용 제약 등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고, 그 결과 높은 이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또 "보건의료 노동자가 이탈하게 된다면, 환자들이 받는 의료의 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면서 "보건의료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곧 환자가 받는 의료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적정 인력은 숙련된 보건의료 노동자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며 "병원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종별 적정인력기준 제도화, 보건의료산업부터 주4일제 도입 등의 제안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