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톰 소여, 백인 우월감

2025-08-08     문주영 편집위원
플리커

 

[뉴스클레임]  톰 소여가 여친베키를 짝사랑하다가 상사병(?)에 걸렸다. 톰의 이모가 그런 톰에게 물약을 강제로 먹도록 했다. 물약이지만 그 맛은 이었다. 톰은 약을 이모 몰래 조금씩 버리고 있었다.

어느 날, 이모의 노란 고양이가 목을 그르렁거리며 톰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약을 먹고 싶은 듯 보였다. 톰은 고양이를 붙들어서 입을 벌리고 약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고양이는 ‘2야드가량이나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비명을 지르며 방안을 빙빙 돌다가 가구에 부딪히고, 꽃병을 뒤집어엎는 등 난장판을 벌였다. 뒷발로 일어서서 아장아장 걸으며 목을 움츠리더니, 다시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톰의 방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이모가 놀라서 뛰어왔을 때는 두서너 번 공중에서 돌며 재주를 넘고 있었다. 그러더니 꽃병 하나를 발로 차서 더 깨뜨린 다음 창을 넘어 뛰어나가고 있었다.

톰은 이모에게 골무로 머리를 얻어맞아야 했다. 말도 할 줄 모르는 불쌍한 짐승이 무슨 죄가 있다고 못살게 구느냐고 혼나야 했다.

톰은 이모가 약을 먹인 화풀이를 고양이에게 한 것이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의 작품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장면이다.

고양이 얘기는 더 나온다.

톰과 허클베리 핀이 죽은 고양이로 사마귀를 제거하는 방법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너는 사마귀를 뗀 적 있어?”

나는 없지만, 밥이 해봤대.”

밥이 해봤다고 누가 그랬는데?”

밥이 제프에게 얘기했고, 제프가 자니에게, 자니는 짐에게, 짐은 벤에게 얘기했대. 그리고 벤이 어떤 검둥이에게 얘기한 것을 그 검둥이가 나에게 들려준 거야. 그러니까 틀림없는 사실이야.”

아니야. 거짓말이야. 거짓말하지 않는 검둥이는 없어!”

톰과 허클베리의 친구들은 모두 이름이 있지만, 검둥이는 이름조차 없었다. 그냥 어떤 검둥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게다가 검둥이는 죄다 거짓말쟁이라고도 했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정직한 것은 백인 아이들뿐인 셈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런 식으로 흑인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담고 있다.

톰 소여의 모험주요 독자층은 아무래도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백인 우월감을 느끼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어렸을 때 마크 트웨인을 읽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유색인종을 내려다보는 듯한 발언이 잊을 만하면 보도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청바지 광고 논란에 끼어들고 있다. 훌륭한 유전자라는 ‘genes’를 청바지를 의미하는 ‘jeans’으로 고쳤다는 광고다. 그 광고에 등장하는 백인 여배우의 편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고양이를 애지중지했다. 서양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기록이다.

이집트에서는 화재가 일어나면 묘한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의 관심이 고양이에게만 쏠리는 것이다. 불 끄는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양이부터 지킨다.

88일은 고양이의 날이라고 했다. 헤로도토스의 글처럼, 고양이를 그만 걷어차고 사랑하자는 날이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톰 소여의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