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파란의 돌직구] '정의연'사태'와 윤미향의 씻을 수 없는 오류
내가 지지했던 단체를 돌아보며...
피해자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끝까지 추구하지 못했을까, 왜 피해자들이 "일본의 사정"을 이해해주길 기대했을까,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근본적인 물음이 아닐까요...피해자들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호소한 국민기금을 저지하지 못해 그 후 혼란속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피해자들이었던 까닭에...(-일본 운동가의 글 중에서)
정의연 사태가 터지고, KBS의 자료로 만삭의 일본군 위안부 영상에 공유하고, 또 이북 '위안부' 증언을 읽고 분노를 느낀다고 말하는 교수들의 게시물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공유된 '정의연'에 대한 마녀사냥' 이라는 게시물도 많았다. 즉 이들의 의식은 증거로서 위안부 영상은 가슴 벅찬 정의의 기록이지만, 윤미향과 '정의연'의 운동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는 수구세력과 일본 우익을 이롭게 하는 부정의한 것이기에 외면하고 싶어지는 것이리라...
또 그 당시 윤미향은 국회의원 당석자 신분으로 기자회견을 하며, 할머니(피해 당사자 운동가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어 달라고 호소했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교수도 수요집회에서 할머니에 대한 비난을 멈추어 달라고 똑같이 시민들에게 말했다.
허나 이 말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었다.
이용수 님이 처음 후원금 사용 및 정보 공유 문제를 제기 했을 때 윤미향은 고령자의 기억 문제에 인한 오해라고 말했고, 윤미향의 남편 김삼석 씨는 '목돈이 필요해서'. '할머니 옆에 수상한 세력이 붙었다'라며 배후설을 말했다. 이런 피해자를 향한 폄훼를 막아야 하는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교수는 막기는커녕 적극 동참하는 SNS 활동을 했었다.
이렇게 오만했던 엘리트 운동가들이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갑자기 피해자를 지켜야 한다며 다시 피해자를 방패막이로 가지고 온 것이다. 정말 자신들의 말이 진심이라면 자신들이 저질렀던 잘못부터 진심으로 사과해야 했었다. 그런 논란에서의 사과는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피해 주체인 이용수 님을 명시한 뒤 피해자를 폄훼한 자신들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밝혀 사과하고 난 뒤 '할머니를 향한 공격을 멈추어 달라'고 말해야 진정성이 있는 말이 된다. 이건 윤미향, 이나영 씨가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 정부에게 지난 30년간 요구했던 것이 이런 사과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먼저 피해자를 폄훼하고는 시간과 함께 의혹이 불어나기만 하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언론과 시민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양심을 버리는 짓이었다.
그리고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교수는 할머니들의 대한 공격을 멈추라고 '선한'얼굴로 말만 하지 말고 재발방지 대안을 내놓아야 했었다. 그 당시 페북에서도 고은광순이라는 분은 이용수 운동가에 대한 혐오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윤미향과 정의연을 지켜야 한다는 위안부 연구 학자들 참으로 선택적으로 정의로운 분들이었다.
역사의 가장 큰 아픔을 겪은 피해자들에게 윤미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 하나로 조롱과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붓는 것에는 침묵하고 윤미향을 비판하는 것은 "일본 우익" 만을 이롭게 한다며 정의구현의 우선 순위를 가르치려 했으니까 말이다. 이들이 페북에서 즐겨하는 말이 있다. '사람은 못되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말. 그때 내가 참으로 정의로운 그분들께 너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사람이 못되면 그게 괴물이니 사람부터 되라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그 당시 윤미향 당선자나 정의연의 돈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문제는 피해자들이 운동에서 주변인으로 무시를 당했다는 것이다. 운동의 동력은 단합된 힘도 중요하지만 갈등도 한 축이다. 내부의 갈등을 소통과 개혁으로 풀어가야 하는 것은 시민사회 운동의 생명이다. 시민사회 운동은 시끄러울수록 깨끗해진다. 이 갈등을 내부자의 음모로 만들어 덮으려 한다면 기존 수구정치권도 뭐가 다른가! 더 큰 문제는 지금 윤미향과 정의연 이사장, 그 주변 단체들, 그리고 연계된 학자들은 이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동의 '명분'도 "피해자'에 대한 공감도 사라지고 오직 단체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남았다.
내가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논란 때 정대협(정의연)의 대의에 동의했다는 까닭으로 명백한 회계상의 잘못이 있고, 무엇보다 피해자들에게 파괴적인 조롱과 비하를 불러일으킨 윤미향 전 국회의원과 정대협(정의연)의 대응까지 옹호하는 뻔뻔한 짓을 나는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