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칼럼] 사면은 누구를 위한 예외인가
조국 등 815 특사 사면 논란, 공정과 도덕성의 시험대
사면은 정의의 예외가 아니라, 정의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드는 마지막 장치여야 한다. 8·15 사면 논란의 핵심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예외를 발동하느냐”에 있다. 공정성의 잣대를 흔드는 정치적 계산이 끼어든다면, 사면은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는 특권의 기술로 전락한다. 조국 전 장관 일가 사면을 둘러싼 공방은 정확히 이 지점에서 충돌한다.
첫째, 사면의 정당화 근거는 오직 절차·증거·형평이어야 한다. “지지기반 결집” 같은 정치 효과를 명분으로 삼는 순간, 과거의 어떤 사면도 옳고 그름을 가릴 기준을 잃는다. 사면은 권력의 자의가 아니라, 사법 과정의 한계(과도한 형량, 불균형한 법 적용, 새로운 증거의 등장)와 사회적 용서의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다. 이 원칙을 벗어나면, 사면은 곧장 ‘내 편 봐주기’로 이해되고, 다음 정권에서 되돌림을 예고한다.
둘째, 조국 일가 사건의 본질은 두 축을 동시에 본 뒤에만 판단할 수 있다. 하나는 입시 관련 위법의 사실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 검찰권 행사가 비례성과 균형을 지켰는가라는 절차적 정의다. 전자가 존재한다면 그 죄책은 가볍지 않다. 동시에 후자가 무너졌다면, 그것 역시 민주국가가 용납해선 안 된다. 그러므로 최선의 수순은 ‘사면으로 덮는 것’이 아니라 ‘진상규명으로 가르는 것’이다. 새로운 검찰 체제든 특검이든, 반복 가능한 절차로 재검토하고, 법원이 형량 재조정을 통해 정합성을 회복하는 길이 사면보다 앞서야 한다. 무죄면 무죄로, 유죄면 비례하는 형으로 정리하는 것이 제도의 언어다.
셋째, 형평의 논리를 외면하면 사면은 즉시 역풍을 맞는다. 숙명여고 시험부정 사건의 선고와 비교하는 시민의 감정은 상식적이다. 입시 공정성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규범이다. 조국을 사면하면서 비슷한 성격의 범죄자들을 외면한다면, “유력자라서, 정치적 상징이라서”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이는 미래의 입시비리 억제력(일반 예방효과)을 약화시키고, 사법에 대한 신뢰를 깎는다. 반대로, 재심·재판을 통해 형량이 과중했음이 드러나 조정된다면, 이는 형평의 복원이자 사법의 자기수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넷째, 정권의 도덕성은 ‘불편한 원칙을 자기편에게도 적용하는가’에서 증명된다. 사면권은 헌법이 준 도구지만, 헌법은 또한 권한 남용을 경계한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개혁을 말한다면, 첫 시험지는 사면이 아니라 ‘공정한 재수사·재판’이다.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혼용하지 말고, 사법적 판단을 통과한 뒤에 사회적 통합의 필요가 남을 때 제한적으로 사면을 고려했어야 했다. 그 순서를 뒤집는 순간, 개혁의 언어는 즉시 자기모순에 빠진다.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