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이라더니 가품"… 온라인 가품 피해자 절반 이상 환급 포기
가품 관련 소비자 상담 ‘가방’ 제일 많아 환급 절차 복잡해 소비자 58.6% 신고 포기 가품 구입 소비자 68.4% “가품 구입에 대해 문제없어"
[뉴스클레임]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입한 명품 가방이 세관에서 가품으로 확인돼 압류됐지만 환급을 받지 못하고, 국내 플랫폼에서 정품이라는 확약을 받고 구입한 제품이 가품으로 판명됐는데도 판매자와 연락이 두절되는 등 온라인 가품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19일 발표한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 가품 판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가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환급 절차의 복잡함 때문에 신고조차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3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와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가품 관련 상담 건수는 총 157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품목별로는 가방이 330건(21.0%)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신발 228건(14.5%), 화장품 196건(12.5%), 음향기기 171건(10.9%), 의류 147건(9.4%) 순이었습니다.
특히 가방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는데, 대부분 고가의 해외 브랜드 제품이었습니다. 음향기기의 경우 다이슨과 애플 등 특정 업체 제품에 집중됐고, 건강식품과 의약품은 올해 들어 급증했습니다.
소비자원이 국내외 주요 온라인 플랫폼 8개의 판매 상품 147개를 조사한 결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 40개 중 72.5%(29개)가 공식사이트 판매가격의 20% 수준으로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네이버 밴드와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에서는 상품 게시글 27개 중 51.8%(14개)에서 '정품급' 등 가품을 암시하는 표현이 사용됐습니다. 또한 66.7%(18개)는 카카오톡 등 외부 채널을 통해 거래를 유도하거나 판매자의 가입 승인이 필요한 비공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가품인지 모르고 구입한 소비자 500명 중 약 절반(49.0%, 245명)은 정품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신뢰해서'(36.7%, 90명)가 가장 많았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58.6%(293명)가 사용 중 가품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환급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주된 이유는 '환급 절차가 복잡하거나 시간이 오래 소요'(60.4%, 177명)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A씨는 지난 2023년 5월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방을 구입했는데 세관에서 가품으로 확인돼 압류됐지만 환급받지 못했습니다. B씨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입한 에어팟 프로2가 애플 매장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지만 판매자와 연락이 두절되고 플랫폼도 일방적 결제취소 불가를 이유로 환급을 거부했습니다.
가품임을 알고 구입한 소비자 500명의 68.4%(342명)는 가품 유통에 대한 법적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가품 구입은 브랜드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행동이며, 건강식품이나 화장품의 경우 신체적 위해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사대상 8개 플랫폼 사업자는 모두 소비자가 가품을 발견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4개 플랫폼은 신고 방법이 외래어로 표기되거나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가 신고 방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관련 부처와 공유하고 조사대상 사업자에게 쇼핑몰 내 가품 판매 차단 대책 마련, SNS 플랫폼 내 가품 관련 단어 사용 제한, 가품 신고 방법의 사전 안내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원은 "지나치게 낮은 가격의 상품을 구매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격을 비교하고 정품 인증 여부를 확인한 후 구입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