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맹을 압박 도구 삼는 트럼프, 단호히 거부해야

美 반도체 보조금-지분 논란

2025-08-21     뉴스클레임 논설위원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트럼프 대통령 페이스북

[뉴스클레임]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장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 해당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은 물론, 대만 TSMC와 자국 기업인 인텔까지 대상에 오른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요충지에 있는 기업의 소유권 문제로까지 미국 정부가 개입할 경우, 그 파장은 단순한 지원 방식을 넘어 글로벌 시장 질서에 직격탄이 된다.  

먼저 찬성 논리를 보자. 미국 내 보조금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일방적으로 돈만 지원하는 것보다 투자 개념으로 정리해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시각이다. 국민의 돈이 기업의 성장에 쓰이는 만큼 성과를 국민이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더구나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이다. 외국 기업이라 해도 세금이 투입된다면 정부가 주주로 참여해 발언권을 갖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긴 어렵다. 위험을 공유하며 국가 이익을 지키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신뢰다. 자유시장의 질서는 규칙의 예측 가능성과 계약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이미 약속된 보조금 조건을 정부가 뒤늦게 지분 참여 요구로 바꾼다면, 이는 공정한 협의라기보다 명백히 국가 권력의 압박이며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왜곡하는 결과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정상적으로 미국 내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까지 강제로 지분을 내놓으라 요구한다면, 그 순간 미국은 스스로 자유시장국가의 이미지를 훼손하게 된다. 이는 공급망 동맹을 함께 꾸려가야 할 파트너에게 보내는 잘못된 신호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투자냐, 간섭이냐’의 경계에 있다. 하지만 미국이 아무리 전략적 명분을 갖다 붙인다 해도, 이미 확정된 약속을 뒤엎고 지분을 요구하는 행위는 동맹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취해야 할 입장은 분명하다. 미국이 지분을 요구한다면 이는 단순한 거래 조건이 아니라 한국 경제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우리 기업의 전략적 지분은 단 한 주도 외압에 내어줄 수 없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협력이 기업 소유권을 잠식하는 방식으로 변질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동맹이 아니라 압박이다. 한국은 설사 외교적 후폭풍을 감수하더라도 이번 사안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순간의 타협이 훨씬 더 큰 대가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냉정히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