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광해군의 외교 교과서

2025-08-25     문주영 편집위원
플리커

 

[뉴스클레임]  외교는 고려처럼할 것이다.”

광해군 당시, 여진족의 청나라는 국력이 막강해지고 있었다. 오늘날 용어로 명나라와 함께 ‘G2’로 부상하고 있었다.

조선은 명나라와 청나라라는 두 강대국을 힘으로 대적할 수는 없었다. 살아남으려면 신중한 외교가 필요했다. ‘실리외교가 중요했다.

우리의 힘이 이들을 대적할 수 없다면 헛되이 고지식한 주장만 내세울 것 아니다. 그러면 나라를 위급한 경지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안으로 자강(自强), 밖으로 유화책을 써야 한다. ‘고려와 같이하는 게 보국(保國)의 길이다.”

실제, 고려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고려는 신흥강국인 거란족의 요나라와 송나라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유명한 서희(徐熙)의 담판이 그런 고려를 구할 수 있었다. 서희의 외교는 요나라의 명분을 충족시켜주면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철수하도록 만들었다. 오히려 넓은 땅을 고려에 넘겨주도록 만들었다.

광해군은 이랬던 고려의 외교를 벤치마킹하면서 나라를 지켰다. ‘고려사는 이를테면 광해군의 외교 교과서였던 셈이다.

고려는 사대외교도 폈다, 강대국에 굴복하는 비굴한 외교라는 그 사대외교.

그렇지만 송나라도 필요성이 절실했다. 거란과 여진 등의 세력이 커지는 바람에 고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고려가 배후에서 이들의 견제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었다.

고려는 이를 100% 활용했다. 송나라와 이른바 조공무역을 하면서 엄청난 무역흑자를 챙긴 것이다. 오죽했으면 동파육으로 유명한 동파 소식이 고려와의 단교를 상소했을 정도였다.

고려의 사신이 지나치게 빈번하게 오고 있습니다. 접대와 사여(賜與)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막대합니다. 고려는 사대(事大)라는 이름으로 무역의 이()를 탐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의 탐심에 의한 조공분연(朝貢紛然)을 제한해야 합니다.”

고려는 이렇게 외교력이 탁월했고, 광해군은 고려를 본받아서 나라를 보존했다.

그랬던 나라를 인조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가 망치고 있었다. 알다시피, 힘도 없이 명분에만 집착하는 명분외교로 청나라의 침략을 불러들여 무조건 항복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삼전도의 굴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당시, ‘윤석열 외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과 일본 순방을 호갱외교라고 깎아내렸다. “일본에는 퍼주고 미국에는 알아서 한 수 접는 호갱외교라는 비아냥이었다. 국격 저하, 국익 훼손,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대통령발 외교 참사를 국민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격이 나오기도 했다.

그랬던 이 대통령이 이번에는 ‘36일 외교무대에 오르고 있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세계를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숫자를 28500명이라고 생각나는 대로 말해버리는 골치 아픈 습관까지 있다고 했다. ‘관세 폭탄의 스위치를 마구 눌러버릴 수도 있다. 한마디로 까다로운 상대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특사단도 파견했다는 소식이다. 국민은 이 대통령의 판정승이 가능할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