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경력단절 20만명 시대… 면허자 10명 중 4명 현장 이탈
OECD 최저 활동률 61% 기록 "처우 개선 없인 인력난 해결 불가능"
[뉴스클레임]
국내 면허 간호사 52만7000여명 중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이 61%에 그치며, 20만명 이상이 경력을 단절한 채 의료 현장을 떠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가 25일 고용노동부 지역별고용조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면허 간호사는 52만7000여명으로 최근 5년간 11만2000여명 증가했다. 하지만 실제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32만3000여명에 불과해 활동률이 61.29%를 기록했다.
나머지 20만4000여명은 의료 현장을 떠난 유휴 간호사로 분류됐다. 이는 2019년 15만9000여명보다 28.3%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작년 6월 기준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는 전체 면허 간호사의 51.04%에 그쳐 OECD 평균 활동률 68.2%를 크게 밑돌았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과중한 업무 부담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OECD 평균보다 2배에서 5배 많아 업무 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로 인한 피로와 소진은 환자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임금 수준 역시 3교대·야간 근무에 비해 낮고, 출산과 육아 후 복귀가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실제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사직률은 57.4%에 달해 절반 이상이 첫해를 넘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는 실정이다.
정부와 간호계는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유휴 간호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간호인력지원센터를 통한 재교육 과정 확대, 야간 근무 수당 추가 지급, 교육전담간호사제 도입, 인권 침해 예방 매뉴얼 마련 등 제도적 보완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8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개정안이 상정되며 인력 배치 개선 논의가 본격화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신규 인력 확충보다는 숙련된 경력 간호사들의 현장 복귀를 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간제·파트타임·탄력 근무제 도입, 장기 근속 인센티브 마련, 맞춤형 재교육 및 실습 기회 제공 등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과도한 업무 부담과 열악한 처우 개선에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간호법 개정을 통한 적정 인력 배치, 폭언·폭행 방지 시스템 구축, 충분한 휴게 시간 보장 등이 병행돼야 간호사들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간호협회는 "유휴 간호사 문제 해결은 간호사 인력난 해소와 국민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