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저수지서 美 기준 17배 초과 녹조 독소 검출… 인체조사서 남세균 유전자도 확인

기흥·왕송·평택호 등서 마이크로시스틴 고농도… 주민 4명 독소 관련 유전자 발견 환경단체 "친수공간 안심 못 해… 종합 대책 및 건강영향 조사 시급" 촉구

2025-08-26     김동길 기자
경기환경운동연합과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가 26일 오전 경기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경기도 호수(저수지) 주변 인체 녹조 독소(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경기환경운동연합

[뉴스클레임]

경기도 내 주요 저수지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 권고 기준을 최대 17배 초과하는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일부 주민의 체내에서는 유해 남세균 독소 관련 유전자도 확인돼, 단순 환경문제를 넘어 시민 건강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환경운동연합,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는 26일 오전 경기도의회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실시한 ‘경기도 호수(저수지) 주변 인체 녹조 독소(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한 달간 왕송호수, 기흥저수지, 서호저수지, 고삼저수지, 평택호 등 5곳과 관련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EPA의 물놀이 기준치인 8ppb(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크게 웃도는 농도가 다수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기흥저수지는 7월 9일 기준 142.7ppb가 검출돼 미국 기준의 약 17.8배에 달했으며, 왕송호수와 용인 조정경기장(메인) 등도 각각 기준치의 6배, 16.4배를 기록했다. 평택호 역시 같은 달 10일 61.6ppb로 7.7배를 나타냈다.

특히 ‘2025 용인시장기 전국생활체육대회 겸 제20회 대학조정대회’가 열린 기흥저수지 조정경기장에서는 녹조 제거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기준치의 6배 이상인 수치(7월 23일 80.8ppb)가 측정됐다. 단체들은 “녹조 제거제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함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저수지 인근 거주자와 사용 주민 32명을 대상으로 한 인체 조사에서는 4명(12.5%)에서 유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mcyE, PC-IGS)가 검출됐다. 이 가운데 3명은 호수 인근 장기간 거주자로 밝혀졌으며, 피부 자극과 눈 가려움, 비염 등 증상을 호소했다. 

이들은 “기흥저수지 등 일부 지역은 조사 대상 모집이 어려워 인체조사가 미진했을 뿐, 검출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시스틴-LR의 독성은 청산가리보다 수천 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장기간 노출 시 간 독성, 발암 가능성 등 인체 위해성이 높아진다. 미국 EPA는 8ppb를 수체 접촉 활동의 제한선으로 제시하고 있어, 이번 결과는 긴급한 정책적 대응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단체들은 “저수지는 도심 친수공간이자 시민들의 대표적 휴식·여가 장소”라며 “이제는 환경 문제뿐 아니라 공중보건 문제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환경단체는 ▲경기도와 관계기관의 녹조 종합 대책 마련 ▲주민 건강영향 조사 의무화 ▲녹조 및 유해 독소 정보의 신속 공개와 알 권리 보장 등을 촉구했다.

한편,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이번 1차 인체조사 참가자를 대상으로 오는 9월 2차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