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칼럼] 다음은 세종호텔이다

2025-08-30     조규봉 기자
박정혜 동지가 고공노성을 끝내고 내려오고 있다.

한 계절이 아니라 두 해의 사계절을 보내는 동안, 고공에서 박정혜 노동자는 지상에 숨 쉬는 모든 사람들에게 ‘연대’의 참모습을 남겼다. 공장이 불에 타버리자 자본은 무책임하게 등을 돌렸고, 남겨진 현장은 냉혹했다. 그 냉혹함을 600일 동안 기어이 버틴 이가 박정혜 동지다. 철창 위에서의 외침이 아니라, 이제는 흙냄새 맡으며 걸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벅찬 눈물이 난다.

닛토덴코 먹튀자본과의 줄다리기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박정혜라는 이름은 이미,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이 끝내 희망의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증거로 남았다. “감히 위로할 수 없는 처절한 눈물”에 우리가 숙연해지는 이유는, 그 눈물 위에 서서도 연대와 사랑, 미안함, 용기가 담긴 말을 끝끝내 잊지 않은 동지 덕분이다.

이제는 다시 시작이다. “몰랐다, 이렇게 길어질 줄.” 박정혜의 말처럼 누구도 쉽다고 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고백, 시민과 동료에게 고맙다는 인사, 대통령의 역할 당부와 정부의 변화 예고, 어느 하나 빠짐없이 이 땅의 노동사가 되어 남아야 할 기록이다.

이번 승리는 단지 한 명의 귀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싸움에 함께 선 모든 조합원·노동자·시민·정치의 이름, 그리고 박정혜가 다시 밟는 땅의 무게가 그 증거다.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철창과 고공에 오르는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제도 개선·책임 추궁·실질적 재발방지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다음은 세종호텔 고진수 동지의 귀환을, 우리 모두의 위로와 환호로 맞이할 시간이다. 그날, 이 땅 어디에도 눈물 아닌 환한 웃음과 일터로 돌아가는 발걸음만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