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시진핑 vs 습근평
[뉴스클레임]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소식을 전했다. 그 ‘수식어’가 거창했다.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수식어 역시 요란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 동지”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행사의 명칭도 대단했다.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쑈 전쟁 승리 80돌 기념행사”라고 했다.
‘경애하는 동지’는 ‘높은 동지’의 초청을 받아 ‘거창한 행사’에 참석해야 어울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인민일보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습근평 동지’라고 보도하고 있다.
인민일보뿐 아니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도 ‘습근평’이었다. “습근평 동지”가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2019년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했던 당시에도 북한은 ‘시진핑’ 아닌 ‘습근평’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있었다. 시 주석의 차량 행렬이 지나가는 도로에서는 수십만의 ‘인민’이 ‘습근평’을 연호하고 있었다.
한글과 중국어로 된 플래카드에도 ‘습근평’이었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환영 습근평”이라고 적힌 플래카드였다.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14년 만의 평양 방문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習近平’을 중국 발음으로 ‘시진핑’이라고 하지만, 북한은 ‘습근평’이라고 ‘북한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우리도 과거에는 그랬다.
대충 중국과 수교하기 이전까지는 모택동을 ‘마오쩌둥’이 아닌 ‘모택동’이라고 했다. 등소평을 ‘덩샤오핑’이 아닌 ‘등소평’이라고 불렀다.
사람 이름뿐 아니다. 지명도 우리식 발음이었다.
‘연변’을 ‘옌볜’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연길’을 ‘옌지’라고 하지도 않았다. ‘북경’을 ‘뻬이징’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심천(深圳)’이 맞는지, ‘심수’가 맞는지 입씨름을 하면서도 ‘선전’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그랬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옌볜’, ‘옌지’, ‘선전’이고 ‘뻬이징’이다.
만주 벌판은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의 터전이었다. 조선 시대 말까지도 만주의 일부인 ‘간도’는 조선 땅이었다. 남한 면적의 절반이나 되는 작지 않은 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만주의 ‘요녕’을 ‘랴오닝’이라고 부르고 있다.
민족의 영웅 광개토대왕 비가 있는 ‘집안’은 순우리말이라는 연구가 있다. 안팎이라고 할 때의 그 ‘안’이다. 그렇지만 그마저 ‘지안’이라고 중국식으로 불러주고 있다. ‘발해(渤海)’도 ‘밝은 해’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일 수 있다는데 ‘뽀하이’다.
만주에서 사는 ‘조선족’이 그런 우리를 희한하게 여기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왜 ‘연변’을 ‘옌볜’이라고 하고, 조선족을 중국 사람으로 몰고 있나”고 반문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북쪽이 우리보다 잘하고 있다고 할 만했다. 물론 지도자를 향한 ‘찬란한 수식어’는 뺐을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