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트럼프 ‘울타리’

2025-09-08     문주영 편집위원
플리커

 

그들은 경작지 전부를 목장으로 변경해서 울타리로 사방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교회만 남기고 집을 모두 헐어 마을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남기는 이유는 건물을 양 우리로 사용하기 위한 것입니다.목장을 새로 꾸미는 사람들이 마을을 마구 헐고 경작지를 모두 고쳐 사막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유토피아를 그린 토머스 모어(14781535)는 이렇게 개탄했다. 양털값이 오르니까 농사를 짓던 땅을 울타리로 둘러싸서 목장으로 만드는 가진 자들을 꼬집은 것이다. 그 바람에 양이 사람을 잡아먹고 있다고 했다.

21세기 미국에서 닮은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울타리 치기.

가장 잘 보이는 울타리는 트럼프 장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겠다며 멕시코 국경에 설치하는 장벽이다. 집권 1기 때 완성하지 못한 울타리 공사를 재개하고 있다.

그 장벽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하라고 했다. 강철로 만든 장벽이 햇볕에 뜨거워져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희한한 아이디어다. 그렇지 않아도 높이가 9m에 이르고 있다는데, 검은 칠까지 보태고 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을 차단하겠다며 뱀이나 악어를 풀어놓은 참호를 팔 것을 참모들에게 제안한 적도 있다. “이민자의 다리를 쏴야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도 했다.

관세 울타리도 높이고 있다. ‘관세 폭탄으로 미국 산업을 키우겠다는 관세 장벽이다. 미국에 와서 공장을 지으면 아주 적은 세금만 내며 장사를 할 수 있다며 관세 협상을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마가를 외치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일자리도 따라서 늘어나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그 일자리 울타리

외국인에게 나눠줄 마음이 조금도 없다. 불법 체류자를 잡아서 추방하고 비자 발급을 빡빡하게 하고 있다.

시민권을 신청할 때 미국에 반하는(anti-American) 견해가 있는지 찾아내라는 지침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신청자들의 SNS 게시물까지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는 정식 비자를 받은 거주자도 추방 사유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걸러내면 미국인만을 위한 일자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데 무리수가 나오고 있다. 우리 기업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공장을 덮쳐서 475명을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300명가량이 한국인이라고 했다. 공장 건설 때문에 조지아 현장에 출장 중이던 우리 직원 등도 체포되었다고 한다. 적법한 비자가 없다는 게 이유다.

트럼프의 압박으로 공장을 짓고 있는데, 도와주기는커녕 되레 체포다. 이를 미국 되찾기 작전(Operation Take Back America)’의 일환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 “내 생각에 그들은 불법 체류자들이고 이민세관단속국이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장은 한국이 짓지만, 일자리는 불법 체류자가 아닌 미국인이라는 트럼프 울타리를 확실히 해두고 있다.

미국은 영원한 우방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700조 선물 보따리를 안긴지 11일 만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석방 교섭이 마무리되었다는 정부 발표가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