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 기습 단속' 새벽에 길거리로 나앉은 건대입구 노점상들
광진구청, 새벽 건대입구 일대 노점 일제 정비… 노점상 “기습 단속” 반발
서울 광진구청이 8일 새벽 건국대입구역 일대에서 대규모 노점 정비에 나섰다. 구청은 이날 오전 3시 40분경 행정대집행을 시행해 노점 마차 45대를 철거했고, 현장에는 구청 직원과 용역 인력 약 400명,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주변 도로는 구청 차량과 인력 배치로 부분 통제되면서 오전 8시까지 한때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구청의 조치는 ‘무허가 노점의 장기 점유에 따른 보행 안전 및 도로 질서 회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점상들은 “협의 중인 상황에서 기습 단속이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건대입구 인근에서 장사해온 김기남 씨는 “10여 년 동안 큰 단속 없이 구청과 대화를 이어왔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며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너무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건대 일대 노점 정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에는 화분 설치 등 물리적 차단으로 영업을 막았고, 2010년경에는 ‘미관상’ 이유로 제한 조치가 이어졌다. 2011년에는 철거 문제를 둘러싸고 노점상들이 구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갈등이 고조됐으나, 이후 일부 구간에서 시범 허가를 통한 제한적 영업이 허용되며 절충이 이뤄진 바 있다.
노점상 측은 이번 단속 시기와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씨는 “건국대 주변 노점상들은 그간 구청과 협의하며 장사를 해왔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여론을 의식해 대대적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청은 구체적 배경과 향후 대책을 포함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의 보상 절차, 대체 영업지 제공 여부, 시범 허가 존치 구역의 처리 방안 등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도로점용과 생계 보호 간 균형 있는 해법을 주문한다. 보행 안전과 도시 미관을 위한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되, 장기 영업자에 대해 합법 전환 경로(공공형 야시장·이동형 허가제·시간대별 허용구역 지정 등)를 병행해야 충돌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규모 단속은 교통 혼잡과 안전사고 위험이 뒤따르는 만큼, 사전 고지와 협의 절차를 강화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운영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경찰은 현장 질서 유지 및 안전 관리를 위해 경력을 배치했으며, 물리적 충돌과 인명 피해는 없었다. 구청은 철거 물품의 보관·인도 절차를 안내하는 한편, 추가 정비 일정과 기준을 정리해 공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점상과 구청 간 갈등은 협의 테이블 재가동 여부에 따라 장기화 수순을 밟을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