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 기습 단속' 새벽에 길거리로 나앉은 건대입구 노점상들

광진구청, 새벽 건대입구 일대 노점 일제 정비… 노점상 “기습 단속” 반발

2025-09-08     최인기 빈민운동가
단속에 거리에 나앉은 노점상들.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서울 광진구청이 8일 새벽 건국대입구역 일대에서 대규모 노점 정비에 나섰다. 구청은 이날 오전 3시 40분경 행정대집행을 시행해 노점 마차 45대를 철거했고, 현장에는 구청 직원과 용역 인력 약 400명,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주변 도로는 구청 차량과 인력 배치로 부분 통제되면서 오전 8시까지 한때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구청의 조치는 ‘무허가 노점의 장기 점유에 따른 보행 안전 및 도로 질서 회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점상들은 “협의 중인 상황에서 기습 단속이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건대입구 인근에서 장사해온 김기남 씨는 “10여 년 동안 큰 단속 없이 구청과 대화를 이어왔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며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너무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건대 일대 노점 정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에는 화분 설치 등 물리적 차단으로 영업을 막았고, 2010년경에는 ‘미관상’ 이유로 제한 조치가 이어졌다. 2011년에는 철거 문제를 둘러싸고 노점상들이 구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갈등이 고조됐으나, 이후 일부 구간에서 시범 허가를 통한 제한적 영업이 허용되며 절충이 이뤄진 바 있다.

노점상 측은 이번 단속 시기와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씨는 “건국대 주변 노점상들은 그간 구청과 협의하며 장사를 해왔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여론을 의식해 대대적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청은 구체적 배경과 향후 대책을 포함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의 보상 절차, 대체 영업지 제공 여부, 시범 허가 존치 구역의 처리 방안 등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도로점용과 생계 보호 간 균형 있는 해법을 주문한다. 보행 안전과 도시 미관을 위한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되, 장기 영업자에 대해 합법 전환 경로(공공형 야시장·이동형 허가제·시간대별 허용구역 지정 등)를 병행해야 충돌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규모 단속은 교통 혼잡과 안전사고 위험이 뒤따르는 만큼, 사전 고지와 협의 절차를 강화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운영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경찰은 현장 질서 유지 및 안전 관리를 위해 경력을 배치했으며, 물리적 충돌과 인명 피해는 없었다. 구청은 철거 물품의 보관·인도 절차를 안내하는 한편, 추가 정비 일정과 기준을 정리해 공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점상과 구청 간 갈등은 협의 테이블 재가동 여부에 따라 장기화 수순을 밟을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