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최인기 기자] 김경호 광진구청장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

2025-09-09     최인기 빈민운동가
김경호 광진구청장.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양복'이 아니라 '점퍼'였다고? 그게 중요합니까?

지난 8일 새벽, 건대입구역 일대 노점상 단속 현장 소식을 전한 뒤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광진구청 관계자였습니다. 단속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경호 광진구청장의 ‘양복 차림’이 아니라, ‘점퍼’였다는 정정이었습니다. “양복이라고 하면 현장 상황과 대비된다”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양복 차림이 아니라 점퍼였다, 과연 그것이 지금 우리가 논해야 할 핵심 사안일까요? 노점상들과의 "협의 중" 기습적으로 진행된 행정대집행으로, 45대의 마차가 철거되고 75곳 중 46곳의 불법 거리가게가 정비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던 바로 그 새벽 말입니다. 노상인들이 "대화 중인데 생계 터전이 한꺼번에 날아가게 생겼다"며 절규했던 그 순간에, 과연 구청장이 무엇을 입고 있었는지가 중요했던가요?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불법 거리가게로 인한 시민 불편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며 "깨끗하고 안전한 거리는 시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견 타당한 원칙이지만, 시민의 기본권에는 '생존권' 또한 엄연히 포함됩니다. 단속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화가 오가던 중 전격적으로 기습 철거를 단행하고, 그 결과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이들의 절규 앞에서 구청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수장의 '옷차림'에 대한 이미지 관리였습니까?

구청장의 옷차림이 논란의 핵심이 될까 염려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본질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엿보입니다. 진정으로 염려해야 할 것은 구청장의 '외투'가 아니라, 삶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이들의 '내일'입니다. "대화 중 기습 단속"이라는 비판과 "새벽에 길거리로 나앉은 노점상들"이라는 현실 앞에서, 구청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사소한 '팩트 정정'이 아니라, 재발 방지와 상생의 해법 모색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옷차림보다는 태도와 정책의 투명성이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