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트럼프 변수’ 뒤에 감춰진 기업들의 자성(自省)
[뉴스클레임]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들. 일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정책 탓이라 말한다. 마치 한국 기업들이 '뒤통수'를 맞은 듯한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모든 원인이 트럼프 한 사람에게 있을까. 사건의 본질은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의 관행에 있다.
수백 명의 체포 대상자 중 상당수가 하청업체 소속이었다는 사실.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기업이 돈 드는 비자는 본사 직원을 최소화하고 비용과 위험 부담을 하청업체에 떠넘겼다"는 지적은 이번 사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본사는 소위 '정석 비자' 발급에 수반되는 시간과 비용을 회피했다. 그 부담은 불안정한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영어를 못하면 더 강압적으로 연행된다'는 현장 증언. 이들의 취약한 상황은 시스템 미비에서 비롯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이들을 법적 보호 없이 위험한 현장에 내몬 것이, 단순히 '타의에 의한 피해'로 치부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논의되는 '자진 출국' 방안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변호사 앤드루 리의 경고를 들어본다. "자진 귀국이 빠른 해결책인 건 맞지만 죄가 없는 사람까지 유죄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단기적 해결이라는 명분 아래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불합리한 전례를 남기는 행위가 진정 국익에 부합할까.
이번 구금 사태는 한국 기업들이 '비용 절감' 아래 '윤리적 책임'을 얼마나 간과했는지 직시할 계기다. 외부 환경 변화만 탓하며 면피하려 하지 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비용 전가 관행과, 노동자의 안전, 권리를 경시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타인에게 겨누던 손가락을 돌려 우리 내부의 문제를 냉철하게 봐야 한다. 이것만이 재발 방지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