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파란의 돌직구] 한국 정치 실종… '김어준의 쇼'가 만든 허상

2025-09-09     김파란 편집위원
김어준과 민주당 정치인들이 팬덤 정치의 무대를 연출하며 한국 정치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뉴스클레임]

김어준은 '겸손이 힘들'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 그의 방송에 출연한 국회의원만 119명, 횟수 800회가 넘는다니 '민주당의 교주'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모두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이며, 박은정 의원처럼 '사이다 정치인'으로 환호받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사람들은 이들의 발언에서 홈 드라마식 권선징악의 대리 만족을 느낀다.

그러나 막강한 190석 입법 권력과 '쿠데타 제압' 정당성까지 지닌 민주당의 앞날이 낙관적이지 못한 까닭은 이 '정치 쇼'에 있다.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정부 역시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자멸로 집권 기회를 얻은, 허약한 민주주의 체질의 산물이다.

이제 한국 민주화의 과실을 독식한 민주당 정치는 '김어준과 그의 아이들'이 되었다. 박은정 의원이 국회 설전에서 나경원 의원에 대해 "나경원 정도야 자신이 상대해도 되는데 추미애 위원장까지 나설 필요 없다"고 말하며 팬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우리 편'을 위함일 뿐, 진정한 비판이 아니다. 이는 결국 '진실을 찾아 정의를 구현'하기보다 정치적 상대를 망신 주고 팬덤을 결집하는 데만 골몰하는 행위다. 청문회와 상임위 질의는 진실 규명이 아닌 '팬덤 만족 쇼' 무대가 돼버렸다.

정치에서 '힘에 가려진 진실을 밝혀 무고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과정'은 사라지고, 정치인들의 언변 대결로 서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무대가 됐다. '정치라는 행위' 자체가 실종된 공간에서는 오직 스타일만이 남는다. 민주당은 스스로 정치를 지움으로써 사회가 성장할 조건을 수구 기득권 세력에게 빼앗기고 변혁의 힘을 무효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민중에게 더 해를 끼친다고 말해왔다. 국민의힘에 문제가 터지면 거대한 불의처럼 소리치던 이들이 민주당의 유사 문제에는 온갖 옹호 논리를 동원하며 묵과하는 행위, 이것이야말로 그들 스스로 정치를 지우는 것이다. 이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학계·문화계를 지원금으로 매수하며, 자본 권력과 유착하면서도 맹목적인 지지를 강요하는 민주당·국민의힘 시스템의 순번제 운영을 가능케 한다.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는 이처럼 오도된 팬덤 정치가 아닌,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냉철한 성찰에서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