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현, 태안화력에 또 세워진 이름… "죽음의 외주화 멈춰야"
10일 故 김충현 노동자 100일 기억식 박정훈 집행위원장 "정부의 무관심, 죽음의 공장 키우는 밑거름"
[뉴스클레임]
"또 한 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김용균 옆자리가 비었길 바랐다."
충남 태안의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서 두 번째 추모비가 세워졌다. 7년 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이름이 새겨진 자리에,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이 나란히 새겨지면서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자는 다짐이 이어졌다.
10일 오전 태안화력발전소 정문에서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의 100일 기억식이 열렸다. 고인은 지난 6월 2일 설비 선반 작업 중 끼임 사고를 당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고 김용균 노동자가 2018년 숨진 바로 그 발전소였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발전소 정문에 추모비와 나무를 세우며 애도와 결의의 뜻을 밝혔다.
박정훈 김충현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태안화력발전소를 바라보는 김용균의 옆자리는 비어있기를 바랐다"며 "동상이 된 김용균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퇴근하는지 확인하는 감시자가 되기를 바랐다. “불행히도 오늘 김용균의 옆에 일하다 죽은 노동자를 세운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발전소는 김용균의 옆에 무엇을 심었는가”라고 물으며 “서부발전과 한전KPS는 고 김용균의 옆에 불법적인 다단계 하청구조를 심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이 불법을 깨끗이 치우라고 명령했지만 한전KPS는 불복하고 항소했다”며 “한전KPS 2차 하청 노동자들은 고 김충현을 죽음으로 몰고 간 다단계 하청구조의 공장으로 다시 출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공공기관의 생명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이야말로 죽음의 공장을 키우는 밑거름”이라며 "오늘 우리는 김용균 옆에 김충현 나무를 심는다. 이 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랄 수 있도록, 김용균의 동상과 김충현의 나무가 아니라 발전소 노동현장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정철희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직지회 태안분회장은 “충현이 형이 사고를 당하신 지 어느덧 3개월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투쟁의 현장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라는 절박한 외침을 함께 외치며 싸워왔다”고 전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 다시 일터로 돌아왔지만 그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여전히 우리의 현장은 안전하지 않고 노동은 존중받지 못한다"면서 "오늘 심은 나무는 충현이 형을 기억하는 표식이자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의 뿌리다. 그 뿌리가 자라 동료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투쟁에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