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법제화, 공공성 위협하는 의료 민영화"
무상의료운동본부, 영리 플랫폼 전면 금지 촉구 "대기업 이윤 위해 국민 건강권 희생 안돼"
[뉴스클레임]
의료비 폭등과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초래할 수 있는 원격의료 법제화가 추진되자, 노동·시민사회·환자단체들이 "영리 기업 플랫폼을 통한 의료 민영화는 위험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11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 법제화 중단과 영리 플랫폼 전면 금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으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보다 기업 이윤을 앞세운 조치라고 규정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료에 영리 플랫폼이 참여할 경우 필연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과잉진료와 공공성 훼손이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알고리즘이 단순한 수수료 중개를 넘어 의료 서비스의 제공 양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배달앱이나 택시 플랫폼에서 확인된 문제들이 의료에서 나타난다면 그 파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실제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 시범사업 과정에서 상업적·비윤리적 진료 행태를 노출했다. 제도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게 되면 경쟁 압박이 심화되고, 이는 결국 환자 의료비 인상과 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 비용의 130%가 책정돼 있으며, 정부가 플랫폼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수수료를 수가 인상에 반영해 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화상통화 앱을 통한 진료에 왜 막대한 보험 재정을 쏟아야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의료 전반을 통제할 수 있는 거대 플랫폼의 등장이 미국식 민영화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보험사가 결국 플랫폼과 결합해 병원, 약국, 제약업까지 수직계열화되는 것"이라며 "이는 건강관리와 의료 전체가 기업 논리에 종속되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은 제도화가 의료 지역격차와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필요하고 위험한 진료를 부추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16곳이 이미 관리 사각지대에서 운영 중인데, 불법 광고, 의료기관 개입 등이 보고됐다"며 실태를 지적했다. 이어 "환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과 보안 위협도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영리 기업 플랫폼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정부가 필요한 경우 직접 공공플랫폼과 상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취약지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공공의료기관을 확대하고 공적 돌봄체계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에는 "영리 플랫폼 진입 금지를 확실히 못 박아야만 노동자·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당장 필요한 과제는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아니라,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돌봄통합지원법'의 안정적 안착을 위해 일차의료 인력 확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