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뢰의 유심마저 빠져나간 KT
[뉴스클레임]
“개인정보 유출은 없다.” KT가 지난 10일까지 단호하게 내놓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단 하루 만에 상황은 뒤집혔다. 5000명 넘는 고객의 유심정보가 대량 유출됐고, KT는 결국 사실을 시인하며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 소비자의 불안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불신만 키운 대응이었다.
문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기업의 태도다. 정보 유출 사실이 있으면 즉시 알리고, 피해 차단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통신사의 책무다. 그러나 KT는 “없다”는 말로 선을 긋다가, 숨길 수 없게 되자 뒤늦게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두 번 배신을 당한 셈이다.
책임 의식도 희박하다. KT는 사과문에서 “100% 보상”을 언급했지만, 돈으로만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정보는 회수할 수도, 교체할 수도 없는 자산이다. 더 근본적인 대책, 즉 보안 체계 전면 점검과 재발 방지 약속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KT의 대응은 모호하고 빈틈투성이다.
특히 유심정보는 금융거래와 직결되는 민감한 자료다. 한번 유출되면 개인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위중한 사안을 “없다” 했다가 하루 만에 “있다”로 바꾸는 기업이라면, 더는 고객의 신뢰를 말할 자격조차 없다.
KT는 스스로를 “국내 대표 통신사”라 내세운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민낯은 위기를 통찰하는 리더십도,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태도도 찾아볼 수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기보다는 책임을 최소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정보 유출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다. 소비자는 통신사의 네트워크와 함께 기업의 ‘책임’을 구매한다. 그 책임을 저버린다면 남는 건 하나, '뒤통수 치는 기업'이라는 낙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