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25%의 충격파… 수출현장 ‘불안’ 속 한미 통상 줄다리기

미국 투자 요구와 자동차 관세 격차, 산업계 시계제로… 공장·금융시장 모두 긴장 고조

2025-09-16     김옥해 기자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 현장에서 한미 관세 충돌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뉴스클레임] 

“관세 25%면 연 9조 손실.” 한미 통상전쟁의 긴장감이 산업 현장을 곧장 압도하고 있다. 수출업계와 제조공장은 일찍이 어두운 기색이다. 기아·현대차 라인에서는 “기껏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올려놓고 한순간에 도요타·혼다에 뒤처진다”는 불만이 번진다. 현장 관리자들은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인력 감축 논의, 부품 발주 축소 등 현실적 대응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16일 업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미 상호 관세가 25%로 오를 경우 국내 GDP가 0.3~0.4% 줄고, 1년에 최대 9조원대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2분기 미국 관세 여파로 영업이익이 1조6000억원 넘게 줄었다. 

한 자동차 부품협회 임원은 “추가 관세가 확정되면 생산라인 재편과 수출 계획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업계 전반에서 ‘미국 시장 장기전’ 대응 매뉴얼을 새로 짜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는 미국의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요구를 두고 협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연이어 만나며 실무 조율을 이어가는 가운데, “판을 깨야 할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현장에 퍼지고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투자 주체를 한국 정부가 아니라 기업으로 바꾸는 EU 모델, 전문직 비자 쿼터 도입 등 대미 전략 새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칙 없이 타협할 바에는 차라리 판을 깰 각오로 가야 한다”며, “협상이 결렬돼도 미국이 조선산업 재건의 소망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미국과 일본 자동차 관세 차이의 체감을 직접 말한다. 한 현대차 미국 딜러는 “기아·현대차가 도요타보다 비싸지면서, 현지 소비자는 도요타·혼다를 먼저 선택하는 분위기다. 관세·정책 불확실성에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코스피가 3400~3500선을 돌파하는 반면, 현대차·기아 주가는 각각 4% 가까이 급락하며 투자자 불안감도 고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단순 경제 이슈가 아니라, 한국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운명의 장’”이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관세와 투자 논쟁, 그 한복판에서 산업계는 사상 최대의 위기 대응과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