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제갈량이 주식투자를 한다면?
[뉴스클레임] ‘삼국지’의 제갈량은 탁월한 전략가였다. ‘맨주먹’으로 ‘라이벌’인 사마의의 대군을 물리쳤을 정도다. 유명한 ‘공성계(空城計)’가 그랬다.
알다시피, 공성계는 제갈량이 지키는 서성(西城)을 사마의가 공격하자, 성을 비워버린 전략이다. 제갈량이 공성계를 쓴 이유는 서성이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서성을 잃으면 전쟁의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제갈량은 성 위에 올라가서 태연한 척 악기를 뜯으며 공성계를 폈다. 곡조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졌다면 사마의가 곧바로 눈치챘을 것이다.
그랬으니 공성계는 제갈량의 목숨을 건 작전이었다. 그런데도 제갈량은 냉정했다. 사마의는 그 전략에 넘어가 군사를 40리나 후퇴시켰다,
공성계는 ‘허실전법’이다. ‘손자병법’은 허실전법을 이렇게 논하고 있다.
“거짓으로 위장해서 적을 유인하는 용병술이 극치에 이르면 아무런 흔적도 드러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적이 구원할 수 없는 곳으로 출병하고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곳을 공격한다.”
그러나 병법 전문가들은 제갈량의 공성계를 위험한 전략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실전법은 ‘허’ 속에 ‘실’이 있어야 하는데, 제갈량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이 사실상 비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사마의가 속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빼앗기고 말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천하의 제갈량’도 공성계는 한 번밖에 써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갈량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환생해서 주식투자를 하면 어떨까.
냉철한 전략가답게 승산은 높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력’이다. 제갈량의 재산은 ‘뽕나무 800그루와 밭 15경’이 전부였다. “자식들의 의(衣)와 식(食) 걱정은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돈 놓고 돈 먹는’ 주식판에서 투자 원금이 적으면 큰돈을 챙기기는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물론 ‘신용’으로 투자할 수는 있다. 그럴 경우, ‘보다 큰돈’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한계가 있다. 상환 부담 때문이다.
신용으로 빌린 돈의 이자를 생각하면 느긋한 투자는 힘들 수밖에 없을 노릇이다. 주특기인 냉정함이 흔들리면 판단력도 흐려질 수 있다. ‘단타 거래’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까지 치솟으면서 신용융자 잔고도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다. 그 규모가 ‘조’를 넘고 있다. 16일 코스피는 42.31포인트, 1.24% 오른 3449.62를 나타냈다.
‘공매도’도 따라서 증가했다고 한다. 주가가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도 적지 않아진 것이다.
최근의 주식값은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치솟고 있다. 영업실적이 단기간에 호전될 전망도 ‘별로’다. 경제성장률은 0%대에 그치고, 미국의 ‘관세 무기화’라는 악재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과다한 신용거래는 자제하는 게 낫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투자 격언도 있다. 우리 증시에서는 주가가 폭락하면서 장기 침체 국면에 빠졌던 ‘과거사’가 여러 차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