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T·롯데카드가 남긴 것, 보호 없는 개인정보
[뉴스클레임]
모르는 번호가 뜨는 순간, 내 정보가 어느새 남의 손에 넘어갔다는 불안이 뇌리를 친다.
KT는 허술함을 방치했다. 경찰의 경고에도 결제 피싱 조직은 한 달 가까이 소액결제 피해를 키웠다. 공식 발표보다 피해자, 피해액 모두 훨씬 컸다. 대기업이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소비자는 본인이 결제하지 않은 내역에 놀라며 피해 신고를 이어갔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롯데카드에서는 297만 명의 카드 정보와 보안코드까지 한꺼번에 빠져나간 사실이 드러났다. 해킹 신고 초기엔 피해가 제한적일 줄 알았지만, 현장 조사 결과 실제 유출량이 최대 200GB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한 개인정보를 넘어, 카드번호·유효기간·결제 내역까지 광범위하게 털렸다. 충격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피해자들은 해킹 문자와 낯선 전화에 예민해진 일상을 보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죄송하다”는 말에 안도하지 않는다. 시스템의 허점이 반복되면서 신뢰도는 바닥에 닿았다. 이제 한국의 개인정보는 내 것이 아니라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자조만 남는다.
‘정보의 홍수’ 한복판에서 소비자는 매일 자기 정보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수많은 사고가 터졌고, 기업은 대책을 반복하지만, 현실은 '언제, 어디서, 누구를 통해 유출될지 알 수 없는 시대'로 흘러간다. 내 정보는 결국 내가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명확한 교훈만 남는다. 두려움과 무력감, 그리고 신뢰라는 단어가 점점 사라지는 시장에서,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 정보가 보호받은 적, 과연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