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동화 승부수, 관세·가격·투자 삼중고에 시험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中·印 가격경쟁에 압박… 77조 투자, 수익성 확보가 핵심 관건 현지화 전략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불확실성 관리 능력 시험 받을 듯
현대자동차가 뉴욕에서 제시한 중장기 전략은 전동화 전환기 속 공격적인 청사진이지만, 그 앞길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현대차의 최대 불확실성이다. 미국과 유럽은 자국 산업을 방패삼아 관세와 인센티브 정책을 잇달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가동, 인도·울산 신공장 확충 등으로 현지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바로 정책 변수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대응이다. 하지만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남는다.
중국과 인도의 로컬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펼치는 가격 경쟁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두 시장은 성장성은 높지만, 가격 민감도가 크기 때문에 현대차가 글로벌 브랜드 지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자칫 가격 인하 경쟁에 휘말릴 경우 마진 압박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2026~2030년 77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다양한 전동화 라인업을 동시에 가져가는 전략은 위험 분산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R&D와 설비 투자 부담이 크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 ‘묻지마 투자’로 변질될 경우 자칫 재무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차의 성공 여부는 전략적 다변화와 현지화 정책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능력, 그리고 투자와 수익을 균형 있게 연결하는 실행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