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대물림 ‘ 도둑 노하우’… 롯데그룹은 왜?
[뉴스클레임] 아버지 도둑이 아들 도둑에게 자신이 한평생 닦아온 도둑질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줬다. 그런 결과, 아들 도둑이 아버지 도둑의 솜씨를 추월할 수 있었다. 아들 도둑은 ‘도둑의 달언’이라는 ‘업계의 칭호(?)’가 생기게 되었다. 아들 도둑은 우쭐했다.
어느 날 밤, 아들 도둑은 아버지 도둑과 함께 부잣집을 털게 되었다. 아들 도둑은 ‘달인답게’ 창고의 자물쇠를 따고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아버지 도둑이 이상한 행동을 했다. 밖에서 문을 잠그더니, 요란한 소리를 낸 것이다. “나 잡아봐라” 식이었다.
소리에 놀라서 잠을 자던 집주인이 달려 나와서 도망치는 아버지 도둑을 뒤쫓았다. 그러나 아버지 도둑은 빨랐다. 집주인을 제치고 사라졌다.
집주인은 돌아와서 창고를 살펴봤다.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창고 안에 있던 아들 도둑은 빠져나갈 재간이 없었다. 궁리 끝에 창고 문을 손톱으로 긁으며 쥐 소리를 냈다.
집주인이 쥐를 쫓으려고 창고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아들 도둑이 문을 밀치고 도망쳤다. 집주인의 식구까지 모두 나와서 아들 도둑을 쫓았다.
다급해진 아들 도둑은 또 꾀를 냈다. 도망치던 길목에 있는 연못에 커다란 바위를 던지고 엎드렸다. 덕분에 아들 도둑은 붙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들 도둑은 아버지 도둑에게 왜 골탕을 먹였는지 따졌다. 아버지 도둑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너는 마침내 천하제일의 도둑이 되었구나. 위급한 상황을 임기응변으로 넘기면 경험이 넓어지고 지혜도 발전하는 법이란다. 네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쥐 소리를 내고 연못에 돌을 던지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겠니.”
조선 때 선비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의 쓴 ‘도자설(盜子說)’, ‘도둑의 아들 이야기’에 나오는 얘기다.
강희맹은 학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글을 조금 익히고 나면 교만해져서 남의 글을 우습게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면 발전하기 힘든다는 충고였다.
이번에 드러난 KT의 해킹은 ‘영화 같은 신종 기법’이 동원되었다는 보도다. ‘펨토셀’이라고 불리는 초소형 기지국 장비를 승합차에 싣고 다니며 KT 가입자의 휴대폰을 해킹했다는 것이다.
또, 롯데카드는 “교묘한 수법에 당했다”고 밝히고 있었다. “아주 짧은 공격을 계속하면서 아주 작은 파일을 하나씩 가져가는 형태였다”고 했다는 이 회사 조좌진 대표의 브리핑이었다. 보이스피싱이 진화하는가 했더니, 해킹도 ‘영화 같은 기법’과 ‘교묘한 수법’이 개발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도자설’이다.
그런데, 롯데카드의 경우는 그 ‘유탄’이 엉뚱하게 롯데그룹까지 애를 먹이고 있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의 계열기업이 아닌데도, 롯데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카드는 롯데 계열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무형의 피해가 크다고 했다. 롯데카드도 대표이사 명의로 롯데그룹에 사과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롯데그룹까지 겨냥한 해킹은 아니었을 텐데 난데없는 피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