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여정 소신인가, 책임 회피인가… ‘홍보 거부’ 논란
2025-09-25 강민기 기자
[뉴스클레임]
최근 배우 윤여정의 영화 홍보 거부 논란은 한국 영화계에 ‘배우의 책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윤여정은 "나는 세일즈맨이 아니다. 연기는 내 몫이지만, 홍보는 내 역할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책임을 회피한다"는 냉소와 "소신 있는 모습"이라는 격려가 맞섰고, 소셜미디어에서는 “배우병”이라는 비판까지 뒤따랐다.
윤여정의 논리는 단순하다. 연기를 완성했다면 그것으로 배우의 임무는 다한 것이고, 영화를 알리는 일은 마케팅과 제작자의 역할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영화산업에서 배우는 단순히 창작자에 그치지 않고,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되어 세상에 퍼질 수 있도록 촉진하는 마지막 연결고리로 자리매김했다. 거절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달리, 공동작업의 시대에 “내 일만 하면 끝”이라는 시선이 냉혹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관계의 시대, 협력 없는 ‘소신’은 오히려 벽이 됐다. 사람들은 배우가 작품을 떠나 사회와 어떻게 연대하는지, 책임을 실천하는지 묻는다. 이번 윤여정 논란은 콘텐츠 소비의 주체이자 시민인 관객 역시 작품 성공의 당사자임을 일깨운다. 한 사람의 신념이 대중적 신뢰와 충돌하는 순간, 어떤 논쟁도 피할 수 없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연기를 넘어선 새로운 공적 윤리가 요구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