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심사 안 된다"…고리2호기 수명연장에 시민사회 반발

절차 위법·안전성 결여·경제성 논란 "주민 소외·정보 비공개 문제 부각…원안위에 즉각 심사 중단·영구정지 요구"

2025-09-25     김동길 기자
25일 오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진행된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 사진=기후위기비상행동

[뉴스클레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5일 열린 제222회 회의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 안건을 상정하자, 전국 시민사회가 서울 원안위 앞에서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절차적 위법성과 안전·경제성 검토의 중대한 하자를 안은 졸속 추진"이라 비판하며 즉각 심사 중단과 영구정지를 요구했다.

이날 기후위기비상행동, 종교환경회의, 책임과학자연대, 탈핵부산시민연대, 탈핵시민행동 등 탈핵·시민 환경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위가 규제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회의자료 지연·부분공개, 핵심 검토서 비공개, 단기간 의결 강행 등 불투명한 진행을 지적하며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규제 독립성과 투명성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안전성 검토가 핵심 부분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사고 및 지진, 항공기 충돌, 화재·홍수와 같은 외부사건 대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다수호기 공동위험이나 정전·냉각상실 상황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주민 대피·경보·의료 대응 시뮬레이션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경주·포항 지진으로 확인된 한반도의 활성단층대 위험을 외면한 채 심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중대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절차적 정당성 결여도 문제로 제기됐다. 고리2호기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 공람률은 0.02%에 불과했고, 평가에 적용된 기술기준도 최신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시민단체들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공람으로는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고 볼 수 없다”며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수명연장 심사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평가 역시 부실 논란이 확산됐다. 저조한 가동률 속에 설비 보강 비용은 축소 추정됐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잦은 감발 운전은 원전 안전성에 오히려 부담을 키운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원안위가 독립적이고 보수적인 평가 없이 사업자 제출 자료에 의존했다며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도박”이라고 반발했다.

발언에 나선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한수원이 이미 제출 기한을 넘겨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냈는데 원안위가 이를 묵인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위원장은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노후 원전을 계속 가동하겠다는 건 한 치도 합리적이지 않다”며 핵발전 확대 공약과 정책 모순을 꼬집었다. 

배성희 탈핵울산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확보되지 않은 수명연장은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고, 김종필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 팀장은 “기준조차 모호한 수명연장 심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