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야학 9년 헌신에 화순군 ‘자격증 모욕’

봉사 교사들에 자격 검증 요구한 화순군

2025-09-30     김동길 기자
화순군 화순야학 모습

9년 동안 화순군민들의 배움터로 자리 잡아온 화순야학이 뜻하지 않은 모욕을 겪고 있다.

30일 화순야학에 따르면 지난 26일 화순군 평생교육팀 직원은 화순야학 중간 점검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 방문서 평생교육팀 직원은 화순야학 교사들의 교원자격증, 한국어교원증, 문해교사 이수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화순야학 관계자는 "8년 동안 입학식이나 졸업식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던 군이, 봉사로 이어온 선생님들의 헌신을 갑작스럽게 ‘자격증’으로 재단하려 드니 울분과 허탈감이 교차한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이 말을 들은 일부 화순야학 교사들은 “자격증이 없다면 그만두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화순야학은 2016년, 배움의 기회를 놓친 주민들을 위해 문을 열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고 구충곤 전 군수는 “군에서 해야 할 일을 개인이 대신한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군의원의 반대로 지원금은 삭감됐고, 간신히 2000만 원이 책정돼 8년간 이어져 왔다. 이 예산은 방학을 뺀 9개월간 매일 운영되는 야학을 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시간당 2만5000원 강사비에서조차 운영비를 돌려 쓰며, 학생이 단 한 명만 와도 수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이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것은 감사와 존경이지, ‘자격 검증’이라는 모욕이 아니라는 게 화순야학 관계자의 말이다.

이 때문에 화순군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드는 행사에는 쉽게 예산을 쓰면서, 군민들의 한을 풀어주는 배움터엔 쥐꼬리만 한 지원을 하며 되레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화순야학 관계자는 "야학생들에게 삶의 용기를 심어주고 온기를 불어넣어온 교사들에게 돌을 던지지 마라. 군민이 있기에 군이 존재하는 법이다. 이 순리를 거스르는 행정은 언젠가 군민의 냉엄한 심판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