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 정면충돌… 의사 "탁상공론" vs 약사 "불가피한 환자 보호"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한해 성분명 기재 추진 의협 “진료권 침해·처벌조항 과도” 약사회 “품절 대응에 가장 효과적”

2025-09-30     김승후 기자
의약품 성분명 처방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의료계와 약사단체 간 대립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뉴스클레임]

의약품 성분명 처방 도입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약사단체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현행 제도는 진단과 처방을 의사, 조제를 약사의 몫으로 구분하지만,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한해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직역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

성분명 처방은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이 아니라 성분명을 기재해 약국에서 동일 성분의 복제약으로 대체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타이레놀’이라는 상표명이 처방전에 적혔다면 이제는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명으로 기재될 수 있게 된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법안은 공급 부족과 품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명시됐지만, 법안을 위반할 경우 의사에게 최대 1년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안전을 최우선 이유로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택우 회장은 30일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며 “의약품 처방은 단순히 성분명이나 화학식을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 병력, 병용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 약제와 용량을 선택하는 전문 진료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한 “동일한 성분이라도 약제마다 임상 반응이 다를 수 있고, 특히 소아·고령자·중증 환자의 경우 치명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성분명 처방은 의사의 전문성을 침해하고 임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 도입이 의약분업 원칙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성분명처방은 의사의 전문적 진료행위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임상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며 "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주원인은 정부의 일방적 약가 결정과 제약사의 공급 중단인데, 이를 방치한 채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것은 환자 안전을 담보 삼는 무책임한 도박판”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원내 조제 허용과 환자가 병원 또는 약국 조제를 직접 선택하는 ‘환자선택분업’ 제도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대한약사회는 품절 의약품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성분명 처방 의무화가 환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은 품절 상황에서 환자에게 약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이라며 "이미 호주와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도 성분명 처방을 권장하거나 의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네릭과 오리지널 의약품 간 약효 동등성을 부정하는 주장은 비과학적”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