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임죄 폐지, 기업 활력인가 총수 면죄부인가
투자 위축 해소 명분 속 ‘대장동 재판’ 그림자… 보완 장치 없는 성급한 폐지 위험하다
2025-10-01 뉴스클레임 논설위원실
[뉴스클레임]
배임죄 폐지는 한국 사회에서 ‘기업의 활력’과 ‘재벌 총수 견제’라는 두 가지 가치가 정면 충돌하는 지점이다.
민주당이 주도해 형법과 상법에서 동시에 배임죄를 없애겠다고 나서자 재계는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다. 경영 판단을 형사 잣대로 재단하면서 투자 의지를 위축시킨다는 불만이 그간 누적돼 왔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법학계 일각의 우려는 가볍지 않다. 재벌 총수가 계열사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사익을 챙기더라도 형사처벌 수단이 사라진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와 국민경제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민사 소송을 통한 강력한 제재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국 제도 환경에서, 배임죄 폐지는 곧 ‘무죄 방패’가 될 위험이 크다. 더구나 이번 입법이 대통령 본인의 ‘대장동 재판’을 정리해주는 결과를 낳는다는 정치적 이해관계 의혹은 피할 수 없다.
배임죄의 적용 범위를 합리화하고 남용을 줄이는 개정이 아닌, 아예 폐지를 선택한 것은 성급하다. 기업 혁신과 투자 활성화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민사·행정적 보완 장치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 조항을 걷어내는 것은 위험하다. 재벌개혁과 법치주의 신뢰를 깎아내린다면 그 대가는 결국 국민이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