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영포티, 조롱이 된 젊은 중년의 이름

세대 불신과 박탈감이 만든 ‘영포티’ 갈등, 대한민국 세대전쟁의 현장

2025-10-01     김주찬 기자
트렌드를 둘러싼 ‘영포티’ 논란 속 세대 간 문화·소비 갈등이 거리와 일상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영포티’란 말은 더 이상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트렌디한 40대 ‘영포티’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패션에서 소비·직장 문화까지 세대 간 대립이 선명해진다.

명품 매장 앞에서는 “40대가 입으면 그 브랜드는 끝난다”는 2030세대의 냉소가 들리고, 오피스에서는 “젊은 감각 따라 입지 않으면 왕따된다”는 40대의 억울함이 터져 나온다.

실제 2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영포티가 MZ세대 콘텐츠를 흡수할수록 우리만의 트렌드가 사라진다. 중장년의 소비력이 얄밉게만 느껴진다”고 솔직히 말한다. 

반면 40대 직장인 박모 씨(45)는 “자식 뒷바라지하며 겨우 여유가 생겼는데, 멋도 내지 말라는 건가”라며 세대 혐오로 받아들인다.

현장 취재에서 만난 2030 소비자는 “기성세대가 집도, 돈도, 좋은 자리도 다 차지한 데다 이제는 카페·여행·패션의 감각마저 빼앗아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구매력 있는 40~50세대는 타깃이지만, 이들을 겨냥하면 젊은 세대가 브랜드를 외면하는 현상까지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SNS와 온라인에서는 ‘젊은 척’ ‘트렌드 빨대’ 등 신조어가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영포티 논란이 단순 세대취향 갈등을 넘어서 사회적 구조 문제를 반영한다고 진단한다.

30대 사회학 연구자는 “불평등, 계층 사다리 붕괴, 청년층의 사회 진입 좌절이 문화·소비 분야에서 분노로 분출된다”며 “영포티 갈등은 한국적 불평등 구조의 새로운 투사”라고 말했다. 

실제 회사 내에서도 “연령·네트워크가 승진을 결정하고, 트렌드까지 중장년이 독점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정치권 역시 이 논란을 적극 활용한다. 

여야 모두 세대 담론을 부각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한 청년정치인은 “영포티 이슈에 청년 세대의 정당한 불만이 담겨 있다”며 “정치권이 진정한 세대 간 소통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박탈감이 쌓여 있다.

중장년층은 여유 자본과 소비력을 바탕으로 2030세대가 겨우 지켜온 감각과 공간을 잠식한다는 인식이 청년층을 자극한다.

반대로 4050 세대는 “노력 끝에 손에 쥔 소비력, 멋부릴 권리마저 뺏으려는 건 역차별 아니냐”고 항변한다.

신촌 거리에서 만난 청년 소비자는 “집도, 일자리도, 연애조차 기득권 세대에 밀려 포기해야 하는데, 유행조차 빼앗기면 남는 게 없다”며 좌절한다.

전문가들은 영포티 논란을 문화 전쟁의 격돌이자 사회적 갈등의 투영으로 해석한다.

이처럼 영포티 논란은 단순한 패션, 트렌드 논쟁을 넘어 경제적·문화적 힘의 이동, 한국 사회의 세대 불평등, 그리고 공정성에 대한 감수성의 격돌을 상징한다.

세대 갈등의 결정판이 된 지금, 영포티 현상은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