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똥파리 무서워 장도 못 담그랴
2025-10-01 문주영 편집위원
[뉴스클레임]
검찰청 폐지는 긴 시간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검찰 권력 자체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검찰이 75년 혹은 78년을 이어왔으니 사라질 수 없다고? 그런 논리라면 500년을 이어온 조선왕조, 심지어 청동기 유물도 모두 불멸이어야 한다. 갓 담근 장에 똥파리가 꼬였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독을 비우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도 못 담근다면, 평생 썩은 내만 진동할 뿐이다.
한국 검찰은 오랜 세월 ‘무소불위’ 권력의 상징이었다. 일제시기부터 쌓인 특권 의식, 검사 수사권 남용, 기소독점, 그리고 국민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기소로 억울한 사람들은 끝없이 생겨났다. 1심에서 무죄받은 사건을 끝까지 항소하고, 유죄가 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며 ‘국민고통’의 대명사로 남기도 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이미 대다수 OECD 국가에서 범죄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공소기관이 담당한다. 구시대 시스템을 지키려 검찰만이 정의라 우기는 건 자기 밥그릇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오래된 악습을 끊고 완전히 새로운 형사사법질서가 필요하다. 검찰의 야만적 특권이 보장한 ‘억울함’의 중단, 그게 먼저다. 무서워 구더기를 탓할 게 아니라, 더러운 장독부터 비우자는 것이 오늘의 검찰개혁이다. 검찰 무용론이 아니라, 법치와 정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질서로의 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