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온도] ①‘2인 1조’ 약속은 왜 또 멈췄나

신당역 사건 3년, 안전과 성평등은 어디에 머물러 있나

2025-10-08     박명규 기자
서울 지하철 역무 현장에서 ‘2인 1조’의 약속이 완전히 이행되지 않아 여성노동자의 안전권과 조직문화 전환, 정규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뉴스클레임]

신당역 여성노동자 젠더폭력 사건 3주기는 한국 사회 일터 안전과 성평등 현실을 돌아볼 중대한 계기입니다. ‘일터내 젠더폭력 실태와 대응방안 토론회’에서는 여성노동자 안전권과 구조적 조직문화 전환의 절박함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본 시리즈는 젠더폭력 예방·대응을 중대재해로 삼아, 실질적 제도개선과 현장 혁신을 위한 길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①‘2인 1조’ 약속은 왜 또 멈췄나

②폭력과 괴롭힘 없는 일터는 요원한가

③선언 넘어서, 실천은 어디에 있나

서울 신당역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젠더폭력 사건 발생 3년이 지났지만, 현장 안전의 상징이었던 ‘2인 1조’ 근무 원칙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이현경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대의원은 “사건 이후에도 역무 현장 60%에서 여전히 혼자 근무하는 구조가 남아 있고, 긴급 신설된 인력마저 정규 인원 계산에서 제외된 채 구조조정까지 요구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4년 신규 인원 배치로 2인 1조 체계가 확대됐으나, 기간제 인력이나 지원근무에 기댄 운영이 이어지면서 근본적 인력 충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반복된다.

현장에서는 단독 근무 시 외부 위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주취자, 흉기 소지자, 무인 역사 야간 순회 등 반복되는 위험에서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서울교통공사가 외면했고, 피해자가 위험을 홀로 감당해야 했던 점이 비극의 근본 원인”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서울교통공사는 신규 채용을 통해 1∼8호선 대부분 역에 3인 1조 편성을 목표로 했지만, 인력 감축 방침과 엄격한 정원 관리의 틈에서 2인 1조 근무가 현실적으로 매번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사고 이후 현장에 지급된 안전보호장비, 호신용품, 자기보호 교육 등도 실질적 예방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된다. 노동자들은 장비 관리와 책임이 오히려 현장에 전가됐고, 시스템 차원의 근본 개선이나 조직문화 진단은 여전히 미진하다고 말한다.

이현경 대의원은 “여성 노동자는 피해자가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주체”라는 점을 토론회에서 거듭 강조했다. 조직문화 전면 진단, 인력 충원, 현장 맞춤 안전대책, 명예고용평등감독관 실질 보장 등 구체적 과제도 제시했다. 하지만 신당역 사건 직후 노사가 합의한 조직문화 개선도 아직 실제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입사자의 여성 비율은 늘고 있으나, 역무·시설은 여전히 남성 중심이다. 야간 근무 시 여성 침실 부족, 내부 갈등, 인력 공백 등 구조적 한계가 그대로 남아 있다. 공사는 공식적으로 “필요 인원 확보와 함께 시민안전 관리요원 등을 투입하며, 안전 최우선을 위해 최선”이라고 밝혔지만, 노조와 현장에서는 “정규 인력 충원 없이는 안전과 서비스 모두 위험하다”는 문제가 반복 제기된다.

정부 역시 산업재해 예방, 여성노동자 보호 강화 정책을 발표했으나, 일선 현장에서 안전 사각지대와 젠더폭력 문제는 “구호에만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자들은 “구조적 변화 없이는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민과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위한 진정한 ‘2인 1조’ 체계, 그리고 조직문화 혁신이 실질로 이어질 수 있을지 묻는 목소리는 3년째 현장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