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읍참마속(泣斬馬謖)을 곱씹어야 할 이유
2025-10-03 문주영 편집위원
삼국지 촉한의 재상 제갈량은 북벌을 준비하며, 누구보다 신망하던 마속에게 중책을 맡겼다. 하지만 마속은 첫 전투에서 명령을 어기고, 개인적 확신과 명분에만 집착한 채 위치를 이탈했다. 결과는 참혹한 패배였다.군사 재판장이 된 제갈량 앞에 사람들이 애원하고, 용서를 호소했다.
“마속이야말로 충성과 신망, 실력이 한데 모인 인재가 아니던가.”
제갈량은 잠시 고개를 숙였지만, 결국 울면서 칼을 들어 명했다.
“법이 법의 힘을 가지려면, 누구든 예외가 될 수 없다.”신임과 인정을 받던 마속조차 군령을 어기면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했다. 집행이 끝나던 날, 제갈량은 통곡했다. “나는 인재 하나를 잃었으나, 장엄한 군율과 신뢰를 온 천하에 세웠으니, 백년에 남을 선택이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수차례 소환에 불응한 후 “정치적 표적”을 외치며 수갑을 차고 끌려나왔다. 한때는 원칙과 소신을 내세웠던 공직자지만, 법의 절차 앞에서 예외를 요구하는 순간, 모든 신뢰는 흔들린다.
정치적 해석과 억울함을 떠나, 법집행 앞에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칼날은 신분·경력·인정 여부가 아니라, 원칙의 수호와 공동체의 신뢰 위에만 멈추지 않는다. 삼국지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이 남긴 것은 단순한 처벌이 아닌 ‘공정성, 절차의 엄중함, 그리고 예외 없는 집행’이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공직자와 리더,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다시 곱씹어야 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