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EB로 자금회수… 부담은 LS마린솔루션 몫?

LS전선, 자회사 주식 담보로 2000억 EB 발행 FI 참여로 단기 현금 확보했지만 자회사 주가 ‘상단 압력’ 우려

2025-10-30     김도희 기자
LS전선이 재무 개선을 위해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의 주식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단기 유동성 확보와 맞바꾼 자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LS전선

[뉴스클레임]

LS전선이 재무개선 명목으로 자회사 LS마린솔루션 주식을 담보로 2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단기 현금 확보와 맞바꾼 ‘자회사 희생 구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LS전선은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권면 2000억원의 EB 발행을 공식화했다. 교환대상은 보유 중인 LS마린솔루션 주식 773만6943주(지분율 14.81%)이며, 교환가액은 2만5850원으로 전일 종가 2만8200원보다 약 8.4% 할인된 수준이다. 발행 대상은 산은캐피탈, 우리PE, 시냅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주요 재무적투자자(FI) 5곳이다. 납입일은 내달 27일, 교환권 행사 가능 시점은 2026년 6월 27일로 설정됐다.

이번 EB 발행은 LS전선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LS마린솔루션 주식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엇갈린다. 표면적으로는 자회사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LS전선이 LS마린솔루션 유상증자 때 납입했던 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로 해석된다. 

앞서 LS전선은 지난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최대주주로 참여해 약 2908억원을 납입했으나, 당시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1584억원에 불과했다. 부족한 납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성격의 기업어음(CP) 1400억원을 발행했고, 이후 EB 발행으로 동일 규모를 다시 확보하게 됐다.

조달된 자금 2000억원 가운데 1400억원은 CP 상환, 나머지 600억원은 운영자금에 투입될 예정이다. 자금 유입이 이뤄지면 LS전선은 재무부담을 덜게 되지만, 거래 구조상 자회사 주가에는 새로운 위험요인이 추가된다. 교환가액 2만5850원을 넘어설 경우 FI는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으며, 반대로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만기까지 보유 후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자회사 주가에 상단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LS마린솔루션은 상반기 말 기준 매출의 5배가 넘는 약 7000억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하며 향후 5~6년치 일감을 이미 쌓아뒀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추진 중인 글로벌 해저 통신망 사업, 국내 전남·태안 해상풍력 단지 시공 프로젝트도 예정돼 있다. 정부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와 해상풍력산업을 국가 에너지 전략으로 육성하는 만큼, 장기 성장성은 명확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최대주주의 EB발행 여파로 주식 시장 내 오버행 우려가 커질 경우, 단기 밸류에이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LS전선은 “관계사 주식을 활용한 EB 발행은 자사주 관련 이슈와 무관하며, 교환권 행사 가능 시점이 내년 이후이므로 당장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증자 참여를 믿고 들어온 일반 주주들이 결과적으로 손실 위험을 감당하게 된 셈”이라며 “EB 발행이 자금 운용 측면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으나, 상장 자회사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