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잃은 준공영제… 서울 버스, ‘세금 먹는 하마’로

경실련·공공교통네트워크,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 20년’ 평가 2004년 제도 도입 후 2022까지 재정지원 6조3000억원 "서울시, 공공주도로 준공영제 전면 재설계해야"

2025-11-11     박명규 기자
11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버스 준공영제 20년, 서울시 개편안 분석발표 기자회견'. 사진=경실련

[뉴스클레임]

서울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 20년 만에 ‘공공성보다 이윤 중심’ 구조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공공교통네트워크는 11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스 준공영제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며 “공공주도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 2004년 출범한 버스 준공영제는 노선 합리화와 운전자 처우 개선 등 초창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재정지원이 급격히 늘어나며 효율성과 공공서비스 개선 효과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실련은 “도입 후 2022년까지 18년간 총 재정지원금이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민 42만 명에게 경차를 한 대씩 지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의 버스 재정지원금은 최근 3년 사이 급증했다. 2021년 4561억원, 2023년엔 8915억원으로 2년 새 두 배가량 뛰었다. 경실련은 “그동안 적자 보전이 관행화된 가운데 민간버스회사는 배당을 늘리며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모펀드가 버스업체 인수에 나서는 움직임도 문제로 꼽혔다. 경실련은 “차파트너스와 자비스엠씨모빌리티 등 사모펀드가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준공영제 버스업체를 사들이고 있다”며 “이익만 추구하는 구조 아래 대중교통의 공공성이 침해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는 2019년부터 서울·인천 지역에 진입해 20개사 약 2000대를 보유하고 있다.

경실련은 “차파트너스가 인수한 명진교통은 2021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차고지를 이전하면서 정비시설이 미비한 외부업체에 정비를 맡겼고, 타이어·부품 교체 시기를 늦추고 정비 인력도 줄였다”며 “이로 인해 안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서울시가 2024년 발표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 연구' 보고서에 대해서도 “근본적 개편이 아닌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행 수입금공동관리형 구조는 운송수입과 관계없이 표준운송원가로 운영비를 전액 보전해 민간 경영위험을 공공이 떠안는 방식이라 실질적인 비용 절감 유인이 약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당액은 2015년 222억원에서 2023년 581억원으로 늘었고, 미처분이익잉여금도 같은 기간 2821억원에서 5224억원으로 급증했다. 평균 배당성향은 56.98%로 국내 기업 평균보다 20% 이상 높다. 경실련은 “보조금과 요금 인상으로 늘어난 재원이 서비스 개선보다 이익·배당·내부유보로 흘러갔다”고 밝혔다. 

이들은 준공영제 개혁 방향으로 ▲표준운송원가의 외부 검증 및 재정 투명성 강화 ▲노선 조정권과 차량 일부 공영화 ▲km당 원가 정산제 및 개별업체 협약 전환 ▲‘버스법’ 제정을 통한 시민참여 거버넌스 법제화를 제안했다.

이어 “현재의 준공영제는 비용은 공공이 떠안고 이익은 민간이 챙기는 구조”라며 “서울시가 시민의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제도 전면 재설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