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비대면진료 법제화, 의료 비영리 원칙 흔드는 졸속 입법”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공동성명 발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결과 대한 객관적 평가 시행하고 이를 공개해야"

2025-11-12     박명규 기자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참여연대 등이 비대면진료 허용을 전제로 한 의료법 개정 논의에 앞서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할 내용에 대해 공개 질의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앞두고 정부가 민간 플랫폼의 행위를 의료법으로 규정하려 하자 시민단체들이 “의료의 비영리 원칙을 무너뜨리는 졸속 입법”이라며 공개 질의에 나섰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참여연대는 12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가 16년간 가로막혀 온 비대면진료(‘원격의료’)를 의료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고 있지만, 영리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체계는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의료법은 비영리원칙에 입각한 의료의 의무를 규정하는 법률이며, 영리 목적의 민간 플랫폼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며 “정부는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 2항에 근거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의료법이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활동을 규정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목적을 지닌 만큼, 비의료기관인 플랫폼 사업자를 동일한 틀 안에서 규제하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제19조 ‘정보 누설 금지’ 조항은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에게만 적용되는 조항인데, 이를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법적 모순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내에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에 대한 정보 누설 금지’ 조항 신설을 추진하는 데 대해 “의료법의 모든 조항이 비영리 원칙을 전제로 한 만큼, 영리기업의 상업행위를 같은 규제 틀에 넣으려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밝혔다. 

또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근거한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 2항에 따라 정부는 평가를 실시해야 했지만, 제대로 된 평가는 아직 없었다”며 “국회가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 법적 대안을 논의했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비대면진료를 허용했던 해외 사례들도 언급하며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 종료 후 부작용을 검토하고 안전장치와 규제를 마련한 뒤 제한적으로 법제화했다. 한국은 그 과정이 생략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민간 플랫폼의 상업화”라며 “이들이 환자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일부는 의료인들에게 의약품 처방을 부추기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일부 플랫폼이 환자 정보를 이용해 광고를 노출하거나 제휴 약국으로 유도한 사례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단체들은 “정부가 객관적 조사 없이 법 개정만 서두른다면 의료의 비영리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며 “의료법에는 공공 플랫폼 운영에 관한 규정만 포함하고, 민간 플랫폼의 영리 행위는 별도의 법률로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 등은 오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이러한 입장을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