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경고] ②빠지는 자본, 커지는 변동성

외국자본 이동과 단기자금 불안

2025-11-14     신나은 기자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와 환율 급등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매도하고 달러로 환전해 유출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지난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5원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명동 환전상은 “달러를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급등 탓에 파는 사람은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서는 6거래일 연속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실제로 11월 들어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5조원이 넘게 순매도됐고, 이 매도 대금은 대부분 달러로 환전돼 다시 해외로 나가는 구조다.

이러한 동향은 단순한 투자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국내외 금리 격차와 환율 급등에 따른 ‘단기자금 이동 문제’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1.5%포인트 넘게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자산에서 달러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기 국채와 현금보유 비중이 높아지고, 위험자산 매도와 방어적 포지션 확대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상황이다.  

김대호 경제학 박사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살 때 달러를 들고 와 원화로 환전하지만, 환율이 급등하면 환차손을 우려해 보유 주식 축소와 자금 유출이 가속화된다”며, 그 결과 국내 외환보유고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을 지적했다.  

IMF와 한국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식 보고서에서도 단기 자본 불안 요인을 인정한다. IMF의 최근 연례협의 보고서는 “한국의 외환시장은 구조적 취약성보다는 단기 수급 요인과 정책 불확실성에 더 크게 영향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몇 달간 외화표시 채권 투자 규제 완화, 환헤지 수요 급증, 기관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 등 정책 변화가 단기 변동성을 더 키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 이탈은 단기 현상일 수 있지만, 정책 불확실성과 수급 왜곡이 겹치면 추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금의 순유출 규모는 통상적 변동폭을 벗어나며 실제 현실로 드러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