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눈물 흘렸다는 오세훈 숙원 ‘세운4지구 재개발’… 종묘 유산 논란 재점화
유산 보존 vs 재개발, 도심 갈등 다시 불붙다
[뉴스클레임]
서울 세운4지구 재개발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대법원이 서울시의 '문화재 주변 개발규제 완화 조례'를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국가유산청과의 협의 없이도 재개발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서울시는 종묘 인근 건물의 최고 높이를 약 142m까지 허용한 세운4구역 개발계획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꾸준히 추진해온 ‘세운상가 일대 재정비’ 구상의 핵심 구역이다. 오 시장은 과거 세운상가 재개발 무산 당시 “피눈물을 흘렸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문화유산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종묘 앞 고층건축 사업이 사적 유물에 대한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세계유산 보호를 위해 100m 완충지대 밖에서도 개발 제한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국제기준과 국내 법규의 해석 차이가 본격적인 갈등의 불씨로 떠오른 셈이다.
도시정책 비평가 김상철 시시한연구소장은 “종로 일대에 대규모 주거지나 사무공간이 꼭 필요한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사업은 서울시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층건축물 대부분은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비용은 지역사회에 전가된다”며 개발의 공익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서울 도심의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갈등 구도는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회와 정당들이 '도시재생'을 명분으로 한 개발 공약을 내세울 가능성도 높다. 한양도성 주변 숭례문·창신동, 숭인동 등 다른 문화재 인근 지역 역시 같은 논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낙후라는 프레임은 개발을 정당화하는 전초전이 되고 있다. 고통받았던 주민의 현실은 재개발 논리에 재가공되어 사적이익의 발판이 되고, 문화재는 부동산 가치 상승을 위한 ‘풍경’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서울 도심 개발 전반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