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장애인 모욕죄

2025-11-19     문주영 편집위원
픽사베이

 

[뉴스클레임]  옛 중국의 진()나라가 극극(郤克)이라는 사신을 제()나라에 보냈다. 극극은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었다.

제나라 임금은 격식을 갖춰서 극극을 영접했다. 그러나 겉으로만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 장막 뒤에 자신의 모친을 숨겨두고 있었다. 극극을 영접하는 장면을 훔쳐보도록 한 것이다.

극극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동작이 아무래도 어색하게 보였다. 제나라 임금의 모친은 이런 극극을 장막 뒤에서 구경하며 킥킥거렸다. 남의 나라 사신에 대한 무례였다.

당시 제나라에는 여러 나라의 사신이 오고 있었다. 그중에는 극극 같은 장애인이 여럿 있었다. 한쪽 눈이 없는 장애인, 등이 굽은 장애인 등이었다. 제나라 임금은 이런 사신이 올 때마다 자신의 모친에게 구경거리로 보여준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모욕을 당한 극극은 격노했다. 사신의 임무마저 팽개치고 제나라를 떠나 귀국길에 올랐다. 그리고 제나라와의 국경인 황하에 이르러서 맹세했다.

이 치욕을 갚으러 오기 전에는 황하를 다시 건너지 않겠다.”

고국에 도착한 극극은 자신의 임금에게 제나라를 칠 것을 건의했다. 진나라는 2년 후 군사를 출병시킬 수 있었다.

극극은 맹세했던 대로 황하를 다시 건너 앞장서서 싸웠다. ‘화살을 맞아 흘러내린 피가 발뒤꿈치까지 적실 정도로전투가 치열했다.

궁지에 몰린 제나라 임금이 강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극극은 단호했다. 강화를 받아들이는 조건을 제나라에 통보했다.

나를 구경하며 모욕한 제나라 임금의 모친을 인질로 바칠 것.”

제나라는 장애인을 모욕한 대가를 톡톡하게 치러야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이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을 겨냥,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고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라는 보도다. 유튜브 채널에 출연,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을 혐오 또는 차별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장애인 할당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김 의원은 박 대변인을 고소했다고 한다. 이유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지켜야 할 기본적 인권 감수성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일본에서도 장애인 의원을 조롱한 사건이 있었다.

한쪽 눈이 어두운 장애인 의원이 의회에서 연설할 때였다.

세계정세를 관망하건대로 말을 시작하는데, 노골적인 야유가 쏟아졌다.

우리는 눈 2개로도 정세를 제대로 관망하기 어려운데, 눈 하나로 어떻게 관망하겠다는 것인가.

신체적인 결함을 걸고넘어지는 야비한 조롱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장애인 의원은 대수롭지 않은 듯 야유를 간단하게 물리쳤다.

눈이 하나면 모든 것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볼 수 있거든. 그대들은 눈 2개로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정세를 과연 관망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무슨 꼬투리만 생기면 싸움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대변인이 같은 당 의원을 헐뜯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무당층보다 낮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