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꿈도 희망도 없는 그곳, 감옥이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12일 서울시청 후문 기자회견…"탈시설 예산확보, 장애인들도 사람이다" 목소리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그곳을 감옥이라고 표현한다. 노숙인들이 쉼터를 꺼리는 이유도 비슷하다. 시설에서는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보다는 짜여진 시간과 규칙에 따라 생활해야 한다. 공동체 생활에서 규칙은 생명과 같다. 하지만 군대에나 있을 법한 얘기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여유롭게 편안하게 생활을 영위할 자격이 있다. 그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자유롭게 생활할 권리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박탈돼서는 안 된다. 시설 안에 있는 장애인들은 그 곳을 하루 빨리 나오려고 한다. 탈시설은 생각만큼 쉬운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한 장애인들. 때문에 그들의 시설 생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반가운 건 예산을 확보해 지역에서 장애인들의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탈시설 계획을 수립해준 것이다. 하지만 허울뿐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1월 발표한 2차 탈시설 계획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총 300명(연간 60명씩)에 대한 탈시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1차 탈시설 계획보다 지원 수치가 절반으로 줄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울장차연)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총 45개이고, 시설 거주 장애인이 2657명임을 감안할 때, 서울시의 2차 탈시설 계획으로는 모든 장애인이 탈시설 하기까지 45년이 걸린다. 서울장차연은 이를 지적하며 "'탈시설'이 아니라 나머지 2000여 명의 장애인을 45년간 감옥 같은 거주시설에 방치하겠다는 '수감 계획'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들은 이를 바로 잡고자 12일 오후2시 서울시청 후문에 모였다. 경찰들도 이날은 잔뜩 긴장을 했다. 장애인들의 집회는 그 어떤 집회보다 더 거칠다. 경찰이나 집회 참가 장애인들의 응급실행도 예사다.
서울장차연은 이날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예상한 듯 단단히 다짐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서울시 탈시설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폐쇄 조례’를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장애인들은 이 같은 요구조건을 서울시가 받아들일 때까지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서울시청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기자회견 이후 장애인들의 탈시설 증언대회도 열렸다. 이건창씨는 수년전 시설에 입소한 후 식물인간과 같은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단지 몸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인권과 권리가 모두 매장당했다.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며 꿈을 꿀 수도 없었고, 누군가를 좋아할 수도 없었던 곳이 시설에서의 삶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탈시설 이후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은 아니지만,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난다"며 "수년간의 시설 생활은 그야말로 소리 없는 감옥이다. 현재도 그곳에 갇혀있는 동료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증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말도 나왔다. 불량 시설은 없애고, 거주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과 제도를 마련한다고 했지만 정작 그 어떤 실천행동도 없다고 황선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토로했다.
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탈시설 정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계획을 10년 넘게 기다려왔다"며 "하지만 그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 분노가 치민다"고 전했다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2020년까지 서울시 산하 45개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해 단계적인 탈시설 인원 증가 계획 수립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24시간 지원체계 마련 △2020년까지 장애인지원주택 200호 마련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탈시설지원센터, 지역사회기반 장애인거주시설 제공기관 공공화 등을 요구했다.
영상 촬영=김기천 기자
영상 편집=김동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