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노동자들 거리로 나선 까닭

2019-01-08     김동길 기자
8일 체감온도 -8도의 강추위 속에 기타제조 업체 콜트악기와 자회사 콜텍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사진=김동길 기자

"명예는 회복해야하지 않겠냐?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였다. 느닷없는 해고 통보 후 그렇게 13년를 살았다. 이제는 정년퇴직을 할 나이가 됐다. 지금이라도 직장에서 받았던 설움을 풀고 있다." 기타제조기술자 김영태(55)씨의 말이다. 그는 13년전 회사로부터 해고통지를 받고, 지금까지 해고노동자로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해고노동자로서 삶을 끝내고 싶은 게 김씨의 간절한 소망이다. 회사대표는 멀쩡하게 운영하던 인천공장을 폐업하고, 그곳에서 일하던 기술자들을 쫓아냈다. 인건비 싼 해외에 공장을 설립했다. 회사 대표의 결정으로 노동자들이 해고됐지만, 그들은 여전히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실마리를 찾아달라고 하소연했다.

8일 체감온도 -8도의 강추위 속에 기타제조 업체 콜트악기와 자회사 콜텍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사 측의 부당해고에 따른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끝장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콜텍승리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 등이 참석했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밝혔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도 힘을 보탰다. 백소장은 "대통령이 나와서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에게 13년간의 고통을 안겨준 장본인인 박영호 회장은 아직 사과할 생각이 없다"며 "책임져야 할 자가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마흔에 해고돼 이제 50대 중반이 됐고 이 시간동안 가정과 해고자들의 삶은 파탄났다"며 "이제 잘못된 정리해고 제도는 폐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 13년간 억눌려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건 2012년 대법원의 콜텍 정리해고 무효소송 판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양승태 전 원장의 노략질이 결국 해고노동자에게 치명타가 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한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며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콜텍 대법원 판결은 쌍용차, KTX와 함께 '박근혜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이자 '박근혜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이었다"고 비판했다.